소중한 것은 그것을 놓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일 때가 있다. 넥센 히어로즈 좌완 강윤구(23)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윤구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이 꼽은 '터져줄' 선발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강윤구는 선발로 17경기에 나서는 동안 5승4패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하며 부진했다. 이후 불펜으로 보직을 바꾼 강윤구는 24경기에서 1승2패 7홀드 평균자책점 2.61로 시즌을 마쳤다.
누가 봐도 성공적인 변신이었다. 특히 선발로 나서 88⅔이닝 동안 75개의 삼진을 잡고 66사사구를 내주며 제구력에 문제점을 보여준 강윤구는 불펜에서는 41⅓이닝 56탈삼진 17사사구를 기록하며 오히려 위기 상황에서 놀라운 강심장을 보여줬다. 특히 넥센에 몇 없는 좌완 불펜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최상덕 투수코치는 강윤구가 불펜으로 더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에 대해 "윤구는 공에 힘이 있는 투수기 때문에 긴 이닝 힘을 분배하는 것보다는 짧은 이닝을 힘으로 누르는 데에 강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즌 후 올해(6700만원)보다 56.7% 인상된 1억500만원에 재계약하며 생애 첫 억대 연봉자 대열에 올라 구단으로부터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짙게 남은 한 해였다. 목동구장에서 훈련중인 강윤구는 "내년에는 다시 선발로 나서고 싶다. 팀에서 내 역할은 선발인 것 같다. 선발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은데 짧은 이닝에만 그 실력을 쓰는 것은 내가 봐도 아까운 것 같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강윤구는 대신 긴 이닝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와 상의 끝에 몸을 키우는 보강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강윤구는 "내년 시즌이 프로 입단 후 여섯 번째 맞이하는 시즌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가 그렇게 하면 팀 역시 올해보다 좋아질 것 같다"고 목표를 밝혔다.
넥센은 올 시즌 두 명의 90년대생 억대 연봉자들을 배출했다. 강윤구와 필승 불펜 한현희(20)는 현재 전력이자 앞으로 넥센을 이끌어 가야 할 미래 자원이다. 선발로서의 욕심을 드러낸 강윤구가 내년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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