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의 웃음에 물이 올랐다. 시즌3 방송을 시작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지만 ‘1박2일’은 충분히 재밌고 신나는 예능이 됐다.
지난 29일 오후 방송된 ‘1박2일’은 전북 남원으로 돌발 여행을 떠나는 멤버들의 모습으로 꾸며졌다. 아무것도 없이 맨땅의 헤딩과도 같던 이번 여행은 ‘1박2일’의 멤버들과 제작진의 내공을 여실히 보여준 좋은 예가 됐다.
아무리 리얼 버라이어티라 하더라도 진행자는 있다. MBC ‘무한도전’에는 유재석이 있고, 과거 ‘1박2일’ 시즌1에 강호동이 있었듯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이들의 존재는 필수요소다. 그러나 ‘1박2일’은 이러한 상식을 깨뜨렸다. 누군가 나서서 중심을 잡는 이 없이도 멤버들의 말 한마디, 한 마디가 모여 웃음 만발 여행이 만들어진다. 간혹 차태현과 데프콘이 전면에 나서기도 하지만 이를 진행자의 역할이라 단정 짓기엔 모자람이 있다.

이러한 사실에서 예능 신생아 ‘1박2일’ 시즌3의 역량이 드러난다. 이날 방송에서는 당초 전남 비금도에서 만들어져야 했던 계획들이 백지화됐다. 멤버들과 제작진은 0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여행지와 숙소를 정하고 그 곳에서 할 게임을 생각해내는 등 이들에게 닥칠 일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1박2일’은 웃었다. 누구 하나 다급하게 발을 동동 구르는 이는 없었다. 중심에서 현 문제를 정리하고 해결하려는 이, 혹은 진행자가 없으니 상황은 그저 물 흐르듯 흘렀다. 막내 정준영은 배가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는데도 천연덕스럽게 그 지역 특산물을 알아왔고, 멤버들은 기상 악화로 발이 묶인 목포항에서 천진난만하게 도시락을 나눠먹었다. 여행이라는 집을 짓기 위해 당장 주춧돌부터 새롭게 구해 와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멤버들은 그저 발길 닿는 데로 나아가 웃음을 만들어냈다. 가위바위보로 김주혁에게 눈덩이 세례를 맞게 하거나, 신입PD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여 2만원의 용돈을 얻어냈다. 지나가는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하나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1박2일’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편안한 유쾌함을 선사했다. 어깨에 잔뜩 힘을 준 채 마치 ‘꼭 웃겨야겠다’는 사명감에 휩싸인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유재석, 강호동처럼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주는 이는 없었지만 지금의 여섯 남자들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쯤 되니 ‘1박2일’의 새로운 멤버, 제작진이 시즌3를 시작한 지 불과 5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게 무서울 정도다.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1박2일’ 시즌3의 멤버들, 제작진은 그들만의 흥미로운 여행기를 쓸 수 있는 고수들이 됐다.
이제 2달이 되고, 반년이 되고, 또 몇 년이 지나면 ‘1박2일’ 시즌3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있을까. 여섯 남자가 만들어나가는 ‘1박2일’의 미래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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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