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감독이 너무 열심히 준비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 28명이 하나되어 지난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과 함께 하는 Share the Dream Football Match 2013'서 축구로 사랑과 희망을 전했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사장으로 있는 홍명보 장학재단이 200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행사로 올해 11회를 맞이한 자선축구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소아암 환우들에게 기부할 기금을 마련을 위해 경기를 펼친다.

올해는 홍명보 감독을 필두로 박건하(대표팀 코치), 김봉수(대표팀 코치), 정성룡(수원), 이범영(부산), 김영권(광저우 헝다),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손흥민(레버쿠젠), 박주호(마인츠), 김진수(니가타), 한국영(쇼난 벨마레), 서경석(개그맨), 지소연(고베 아이낙)과 김태영(대표팀 코치) 김용대(서울), 김승규(울산), 박종우(부산), 김진규(서울), 염기훈(수원), 김신욱(울산), 정대세(수원), 이명주(포항), 이용(울산), 이근호(상주), 하대성(서울), 여민지(스포츠토토)가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자선경기이기 때문에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재치넘치는 플레이와 다양한 세리머니로 관중들에게 웃음을 전파했고, 홍명보 감독도 "우리가 가진 것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다. 스포츠가 국민에게 받은 사랑을 환원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 같아 기쁘다"며 경기 자체가 갖는 의미에 방점을 뒀다.
하지만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았던 이날 경기서 유일하게 승패가 신경쓰였을 한 사람이 있다. 희망팀 감독을 맡아 졸지에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 김태영 코치다. 김 코치는 홍 감독이 "김태영 감독이 너무 열심히 준비한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을 정도로 진지하게 자선축구경기를 준비했다.
김 코치의 고심의 흔적은 선수 명단에서도 역력히 드러났다. 선발로 나설 선수를 결정하는 선발 명단을 두고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날 김 코치는 희망팀 선발로 박종우, 김신욱, 이용, 이근호, 김용대를 내보냈다. 하지만 선발 명단을 보면 이근호를 처음에는 벤치에서 시작하게 할 생각이었던 듯 하다. 김진규의 이름 옆에 작게 그려진 물음표도 재미있다. 어떤 선수를 선발로 내보낼지, 또 벤치 명단을 어떻게 꾸릴지 고심한 흔적이다. 실전 못지 않게 고민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김 감독의 준비 덕분인지 이날 희망팀은 사랑팀에 13-12 승리를 거뒀다. 김 코치는 경기 내내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적재적소의 용병술(?)을 발휘했고, 교체투입된 정대세가 4골을 폭발시키며 MVP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홍 감독은 "김태영 감독이 너무 열심히 했다. 대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잘 파악 못하고 있는 것 같더라"며 "열심히는 했는데 센스가 없었다. 다음에는 감독석에 못 앉게 해야할 것 같다"고 짓궂은 농담을 던져 웃음바다를 만들었지만, 김 코치가 보여준 고심의 흔적은 자선축구경기를 빛나게 하기 위한 노력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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