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 - 아빠 어디가'가 지난 29일 방송된 2013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당장 접으라'던 이야기를 들었던 미운 오리새끼 '아빠 어디가'가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금이야 지상파 3사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육아 예능이지만, '아빠 어디가'가 처음 방송될 시기만 해도 이는 흥행이 보장된 포맷이 아니었다. 심지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톱스타도 없었고, 방송의 'ㅂ'도 모르는 아이들의 '예능감'에 모든 걸 의지해야 하는 구성으로 위험 부담이 컸다. 안 그래도 '죽기 살기'인 예능 판에서 '동심'이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지 미지수였다.
실제 '아빠 어디가'는 첫 방송 후 내부적으로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뚜렷한 캐릭터에, 계산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제작진의 예상을 깨고 즉각 뜨거운 반응이 일었다.

윤후는 먹방 샛별로 떠올랐고, 성준은 점잖고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송지아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여자 아이로, 이준수는 사차원 장난꾸러기로 주목을 받았다. 김민국은 울보에서 맏형으로 탈바꿈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은 매주 몰라보게 컸다. 아이들의 외모가 변하고, 키가 쑥쑥 늘어나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다른 예능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재미였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이들과 정이 들어간다는 특별한 의미를 갖게 했다.
아이들만 변한 것이 아니었다. 아빠들도 변했다. 무섭기만 했던 아빠 성동일은 어느 순간부터 아들 준이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돼 있었다. 뜻대로 안되면 호통부터 쳤던 김성주는 언제든 '짜파구리' 정도는 선뜻 끓여줄 수 있는 아빠로 성장했고, 윤민수는 일보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성공을 확신하기 힘들던 '아빠 어디가'는 동심과 부성애가 적절히 어우러진 콘텐츠를 기반으로 꺼져가던 '일밤'의 인기 불씨를 살렸다. 지난 1월 6일 첫 방송을 한 이 프로그램은 1년여만에 동시간대 3위였던 ‘일밤’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려놨다. 명실상부 올 한 해 MBC의 최대 히트 상품인 셈.
덕분에 '아빠 어디가'는 올해 연예대상 강력한 대상 후보로 꼽혔고, 예상대로 대상을 거머쥐었다. MBC가 프로그램에게 대상을 수여한 것은 2007년 ‘무한도전’(‘거침 없이 하이킥’ 이순재와 공동 수상), 2011년 ‘일밤-나는 가수다’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빠 어디가'는 내년 1월 중에 시즌 1을 마무리하고, 시즌 2 첫 방송을 목표로 현재 멤버 구성을 진행 중이다. 현 멤버가 출연하는 '아빠 어디가'는 내년 1월, 시청자들에게는 짧기만 했던 1년 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원년 멤버들은 떠나지만 이들의 흔적은 꽤 오래 시청자들에게 남을 것으로 보인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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