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돌리는 잔치인가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공동 수상을 남발할 줄 몰랐다. 한해 동안 활약했던 MBC 예능프로그램과 스타들을 총결산하는 자리인 2013 MBC 방송연예대상이 빈번히 등장한 공동 수상으로 수상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아쉬움을 남겼다.
MBC는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BC에서 방송연예대상을 열었다. 이날 영예의 대상은 올 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일밤-아빠 어디가’에게 돌아갔다. 대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측 가능한 이변이 없었던 수상이었다.
허나 나눠먹는 시상식 분위기는 ‘그들만의 잔치’라는 날선 시선을 피할 수도 없었으며, ‘아빠 어디가’ 대상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올 한해 큰 인기를 누린 ‘일밤’ 팀의 독식 속에서도 다른 프로그램들을 챙기기 위해 공동 수상이라는 폐단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

주요 부문 중에 공동 수상이 이뤄지지 않은 부문은 대상,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 프로그램상, 공로상, 올해의 작가상, 베스트 커플상 뿐이었다. 이 중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상과 베스트 커플상을 제외하면, MBC가 안긴 상 중에 공동 수상이 아닌 경우는 ‘일밤-아빠 어디가’(대상), 이미자(공로상)와 ‘진짜 사나이’ 신명진(올해의 작가상) 뿐이었다.
신인상, 인기상, 우수상, 최우수상에서 나눠먹기가 빈번했고, 우정상, 특별상, 올해의 스타상이라는 공동 수상을 위한 부문으로 의심되는 상들이 어김 없이 등장했다. 심지어 신설된 올해의 스타상이라는 정체불명의 상은 올 한해 큰 인기를 누린 ‘일밤’ 팀이 섭섭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인기상과 올해의 스타상의 차이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올해’라는 말을 강조하는 MC들의 설명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아빠 어디가’ 송종국·이종혁·윤민수, ‘진짜사나이’ 류수영·손진영이 이 상을 수상했다. 이들 외에도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 중인 윤한·정준영·태민·손나은이 상을 탔다.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두 코너로 된 ‘일밤’은 대상을 비롯해서 무려 20개의 상을 쓸어갔다.
‘일밤’ 팀이 온갖 상을 싹쓸이하면서 혹시나 서운할 다른 프로그램을 챙기느라 아낌 없이 퍼준 인상도 지울 수가 없었다. ‘세바퀴’(최우수상 박미선, 우정상 조형기), ‘나 혼자 산다’(우수상 김광규, 쇼버라이어티 인기상 노홍철·데프콘, 특별상 김용건), ‘섹션TV 연예통신’(쇼버라이어티 우수상 소이현), ‘우리 결혼했어요’(쇼버라이어티 우수상 이소연, 쇼버라이어티 신인상 정유미, 올해의 스타상 윤한·정준영·태민·손나은), ‘황금어장-라디오스타’(쇼버라이어티 인기상 김구라) 등 MBC 예능프로그램 곳곳에서 수상자가 쏟아졌다. 이날 카메라에 비쳐진 스타들 중 상을 타가지 않은 사람은 강호동과 김국진 뿐이었다.
물론 이 같은 공동 수상 남발은 MBC 연예대상만의 문제도 아니고, 올해 특별히 눈에 띄는 일도 아니었다. 지상파 3사가 시상식을 개최한 이후로 이 같은 상다리가 무너질 듯한 공동 수상은 지겹도록 반복됐다. 시상식 자체가 방송사의 공로를 치하하고, 한해 결산의 자리인만큼 시상식의 신뢰를 따지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부문을 세분화하고, 그마저도 다수의 스타들에게 트로피를 안기는 일은 시상식을 보는 즐거움과 긴장감을 낮추는 패악이 되고 있다. 아무리 올해 MBC 예능프로그램이 ‘일밤’을 필두로 제각기 선전을 했다고 해도, 트로피를 전하는데 급급한 시상자들의 다급한 마음과, 수상 소감을 짧게 말해달라는 제작진의 요청에 할 말을 잃어버리는 수상자의 안타까운 표정은 수상의 의미를 깎아버리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리기 위해 한해 동안 고생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수고는 치하할 만하나, 떡 돌리듯 상을 돌리는 공동 수상의 폐해는 시상식의 감동과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상을 받는 사람보다 못 받는 사람이 많아서 누가 받을지 조마조마한 시상식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무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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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