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에서 추신수(31, 텍사스)의 이름 앞에 붙이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올드보이’다. 나이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성실함,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모습이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텍사스도 추신수의 이런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대와 극찬이 이어지는 배경이다.
사실 추신수의 성적은 겉으로 드러나기에 아주 화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보통 타자들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타율이나 홈런, 혹은 도루나 타점 등에서 추신수의 성적이 메이저리그(MLB) 정상급은 아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 30도루도 마찬가지다. 최고 타율도 3할이었다. 꾸준하고 균형 잡힌 성적에도 불구하고 올스타에 선정되지 못한 이유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현지의 평가는 다르다. 추신수의 전방위적인 성적에 주목하면서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의 가치가 있다는 전반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29일 텍사스 지역 유력지인 는 “만약 추신수가 지난 몇 년간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텍사스는 추신수를 싼값에 영입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호평을 내리기도 했다.

그 평가의 내면에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있다. 그리고 현지 언론들은 이런 것들이 ‘팀 플레이어’추신수를 만든다고 평가한다. 추신수는 올해 4할2푼3리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2위에 해당되는 훌륭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타석당 4.23개의 공을 본 선구안이 있었다. 리드오프로서 상대 투수의 공을 많이 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쉽게 지키기 어려운 덕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추신수는 동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하는 선수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도 이런 추신수의 덕목을 칭찬했다.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는 자신의 경험을 나눌 줄 아는 유형의 선수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투수를 상대할 때 느꼈던 것을 동료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 아주 전통적인 기술이며 그는 팀에 그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칭찬했다. 단순히 기록에 대해 칭찬하기보다는 기록 이상의 가치에 주목했다.
MLB에는 수없이 많은 화려한 선수가 있다. 그러나 추신수처럼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는 유형의 선수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 감독은 이런 추신수를 두고 “올드스쿨의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9월 더스티 베이커 전 신시내티 감독 역시 한국 취재진을 상대로 비슷한 설명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추신수의 인내심과 헌신을 칭찬하면서 “나는 이 올드보이와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경기를 이끄는 감독들에게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추신수가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윤활유라는 것을 넌지시 증명하고 있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스타들이 수두룩한 MLB에서 성실한 태도로 모범이 되는 추신수의 가치가 더 환하게 빛나는 이유다. 이런 ‘올드보이’를 좋아하지 않을 팀 관계자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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