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시민구단으로 거듭한 프로축구 성남의 초대 사령탑으로 박종환 감독이 '임명'됐다. 80~90년대 한국 축구 역사의 산증인인 박종환 감독은 말 그대로 '레전드'다. 옛날 축구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박 감독에 대해서는 분명 좋은 기억과 함께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박종환 감독은 한국 축구사에 큰 영향을 가지고 있다.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서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마스크를 쓰고 훈련에 임하는 스파르타 훈련을 실시하면서 고지대인 멕시코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당시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최고의 성적이었다.
프로 감독으로 진출한 박 감독은 창단팀인 일화 천마의 지휘봉을 잡고 정규리그 3연속 우승의 대기록을 선발했다. 일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박 감독은 2003년 대구 FC 창단 감독으로 부임해 2006년까지 팀을 이끌었다.

청소년 대표팀과 프로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역시나 박종환 감독하면 바로 멕시코 청소년 월드컵이다. 그만큼 국민들에게 깊고 강한 인상을 심었다. 또 축구이외에도 춘천 고등학교 동창인 고 이주일과 절친한 친구로 잘 알려지며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인사다.
프로축구계는 박종환 감독의 성남 시민구단 감독 '임명'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만 75세의 고령과 2006년 이후로 K리그 현장에서 떠나 있었다는 것을 약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시민구단을 창단하고 박 감독을 '임명'한 성남시의 입장에서는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냉정한 판단을 했을 때 시민구단을 만든 이재명 시장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남 시민구단을 창단하면서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은 바로 정치적인 입장이다. 이 시장과 다른 노선을 걷는 곳에서 압력이 들어왔다. 예산을 시작으로 정치적인 입장까지 많은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 시장은 정치적인 입장을 우선으로 했다. 창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현장의 냉철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단 창단을 선언한 뒤 구체적인 입장을 만들었다.
따라서 내년 총선이 있는 상황이라면 이재명 시장에게 성남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국민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아니라면 총선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국민적으로 알려진 홍명보, 황선홍 감독 등 젊은 인물은 이미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따라서 이재명 시장의 선택은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 필요했다.
그런면에서 박종환 감독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성남 구단의 전신인 일화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고 국민적으로 공감을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은 박 감독을 '임명'하면서 "정치적 요소는 전혀 없다. 특정인의 감독지명을 요구하는 것이 더 정치적이다. 외부요구나 압력은 철저히 배제했다. 성남시민구단이 발전하는데 꼭 필요한 분으로 공정하게 선정했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또 이 시장은 "새 감독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투명성이었다. 실력중심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투명성을 1원칙으로 삼았다. 단장과 사장 선임 후 감독을 선임할까 했지만 불필요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인수시간이 너무 짧고 동계훈련 시간이 부족해 불가피하게 감독부터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시장에게 성남의 성적은 당장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성남 시민구단을 이끌 수 있도록 시장이 연임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종환 감독은 성남 구단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박종환 감독은 '선임'이 아니라 '임명'됐다. 보통 K리그 감독은 심사를 거쳐 후보를 추리고 구단주의 최종승인을 얻어 선임되는 과정을 거쳐서 선임된다.
하지만 박 감독은 '임명'됐다. 성남 시장이 박종환 감독을 '임명'한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남시가 성남구단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이 시장의 입장에 가장 맞는 감독이 선임된 것이라고 판단해도 된다. 박 감독의 실력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 박 감독보다 어리기는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도 지난 시즌까지 감독을 맡으며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성남시가 '임명'한 감독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이재명 시장도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면 기쁜 것은 성남 구단의 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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