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김준호-'일밤', 고생 끝에 '대상'이 왔다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12.31 07: 50

올해 지상파 3사에서 열린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김병만, 김준호, '일밤 - 아빠 어디가'가 나란히 대상 트로피를 손에 거머쥐며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온다는 진리를 증명해보였다.
김병만이 지난 30일 2013 SBS 연예대상에서 2번의 고배를 마신 후 대상을 수상했다. 홈그라운드인 KBS를 떠나 SBS로 옮긴 김병만이 3년만에 이룬 쾌거였다. 김준호는 2013 KBS 연예대상에서 "받고 싶다"던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많은 인생의 굴곡을 지나온 그에게 트로피가 주는 의미는 남달랐다. MBC 연예대상에서는 '일밤'의 '아빠 어디가'가 차지했다. 올해 1월 첫 방송된 '아빠 어디가'는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일밤'에 활기를 불어 넣어준 산소 같은 존재였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일밤'으로 제목을 바꾸며 폐지 위기까지 처했던 '일밤'은 '아빠 어디가'를 등에 엎고 일요 예능 강자로 명예를 회복했다.
올해 눈에 띄는 수상자는 김병만이었다. KBS 2TV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 코너 '달인'으로 이름을 알린 김병만은 보통의 개그맨들과 구사하는 개그 언어가 달랐다. 경이에 가까운 장기들을 소화하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김병만이라는 이름과 등치되던 때, 그는 SBS로 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도전을 했다. 친정을 버리고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김병만을 지배했고, 뭘해도 '달인'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야 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정글의 법칙'을 통해 '달인'에서 병만족장으로 '신분 세탁(?)'에 성공했다.
이날 김병만은 시상대에 오르자마자 눈물을 터뜨렸고, "나는 부족한 점이 참 많다. 그래서 하늘에서 뛰어내리고 물 속에 들어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김준호는 지난 2003년 박준형 이후 무려 10년 만에 개그맨으로 연예대상을 받은 인물이 됐다. 일요일 예능 프로그램 절대 강자인 '개그콘서트'를 15년 간 지키고 있는 김준호는, 후배들에 뒤지지 않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현재 그는 '개그콘서트' 코너 '뿜엔터테인먼트', '좀비프로젝트'를 통해 무대에 오르고 있고, KBS 2TV '해피선데이 - 1박2일', '인간의 조건' 등에도 출연 중이다. 그야말로 종횡무진이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15년 동안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9년 도박으로 물의를 빚고 자숙기를 가졌다. 이듬해 말 조심스럽게 활동을 재개했지만 이전의 쾌활함보다는 어딘가 조심스러운 기색이 그를 지배했다. 무대 위에서 움츠러든 인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던 그는 절치부심한 끝에 매일매일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치는 개그맨이 됐다. 그렇게 쉴틈없이 1년을 보낸 끝에 김준호는 대상이라는 대가를 손에 넣었다. 그동안 보낸 시간이 고달펐기에 몇 배 값진 보답이 됐다.
 
  
'아빠 어디가'는 김병만, 김준호와 마찬가지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던 '일밤'에 한줄기 빛이 됐다. '일밤'의 역사는 크게 '아빠 어디가'가 방송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그 전까지 '일밤'은 '해피선데이', SBS '일요일이 좋다'와 싸움에서 크게 밀리고 있었다. '해피선데이'가 '1박2일' 국민 예능이 되고, '일요일이 좋다'가 '런닝맨', 'K팝스타'로 이슈몰이에 한창일 때, '일밤'은 침묵을 지켰다.
한때 폐지론이 제기될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던 '일밤'은, '아빠 어디가'가 방송되면서 온국민이 사랑하는 예능으로 탈바꿈했다. 한때 한국 버라이어티를 주도하던 '일밤'의 전신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부흥기가 다시 찾아온 모습이었다. 여기에 '진짜 사나이'까지 합세하면서 인기는 한층 견고해졌다.
지금이야 지상파 3사에서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육아 예능이지만, '아빠 어디가'가 처음 방송될 시기만 해도 이는 흥행이 보장된 포맷이 아니었다. 심지어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만한 톱스타도 없었고, 방송의 'ㅂ'도 모르는 아이들의 '예능감'에 모든 걸 의지해야 하는 구성으로 위험 부담이 컸다. 안 그래도 '죽기 살기'인 예능 판에서 '동심'이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지 미지수였다.
실제 '아빠 어디가'는 첫 방송 후 내부적으로 "다음 프로그램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들어 있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뚜렷한 캐릭터에, 계산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제작진의 예상을 깨고 즉각 뜨거운 반응이 일었다. 
김병만, 김준호, '아빠 어디가'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아름다운 진리를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보여줬다. 그래서 올해 연예대상은 아름다웠다. 어떤 시상식에서는 공동수상이 난무했고, 또 다른 시상식에서는 한 프로그램에 편중된 시상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지만, 대상 수상자들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다. 부단한 노력이 만들어 낸 값진 결과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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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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