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유재석-'PD상' 강호동, 대상 뺨치는 아이러니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12.31 07: 48

대상은 놓쳤지만 유재석에게나 강호동에게나 마냥 씁쓸한 연말은 아닌 듯 보인다.
매년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에서 대상 단골 후보였던 두 사람이 고배를 마셨다. 강호동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상과 거리가 멀었고 유재석은 9년 만에 처음으로 대상 트로피를 남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이들에게 2013년은 대상을 놓쳤기에 더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한해일지 모른다.
먼저 유재석은 지난 21일 2013 KBS 연예대상에서 김준호에게 대상 트로피를 넘겨준 것을 시작으로 29일 MBC 연예대상에서는 '일밤-아빠 어디가' 팀에 대상을 양보하고(?) '무한도전'의 이름으로 인기상과 최우수 프로그램상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 격전지로 관심이 집중됐던 30일 SBS 연예대상에서도 그는 '정글의 법칙' 김병만이 대상을 타는 순간 큰 박수로 축하를 건넸다. 결과적으론 지난 2005년 KBS 연예대상 대상 수상 이후 9년 만에 '대상' 무관이란 이변이 일어난 것.

그런가 하면 강호동은 2013 KBS 연예대상에서 '우리동네 예체능'으로 베스트팀워크상을 수상한 것에 그쳤고 MBC 연예대상에서는 수상자로 호명되지 못한 채 선후배 동료들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그러나 SBS 연예대상에 이르러 '프로듀서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고 이는 그를 눈물 짓게 만들었다. 물론 재작년까지 늘 유재석과 함께 3사의 대상을 고루 나눠가지듯 했던 전적을 더듬는다면 대상 불발은 분명 아쉬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호동은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감격은 대상 이상의 여운으로 남았다.
유재석은 올해 역시 3사를 통틀어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됐다. MBC에서 출연작이 없어 대상 후보로 언급조차 될 수 없던 강호동과는 분명 다른 모양새다. 그래서 그의 대상 불발은 더욱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이번 이변에 대해 속상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도리어 올해의 결과는 '국민MC' 유재석의 향후 행보에 있어 훌륭한 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병만과 김준호 등 후배들의 대상 수상은 유재석에게 기쁨이자 자양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새로운 경쟁 상대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으며 방송가가 긴장 넘치는 정글이라는 의미이기 때문. 9년 동안 최다 대상 수상자로 군림했고 '국민MC'로 자리해온 그가 이제 다시 한번 심기일전할 계기다. 긍정적인 관점에서 이번 결과는 그에게 발전적인 미래로 보상될 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강호동 역시 대상 대신 프로듀서상을 타면서 개인적으로 알찬 수확을 얻은 듯 하다. 감격의 눈물 소감에서도 알 수 있듯 2013년의 그에게는 대상 보다 더 값진 프로듀서상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얼마나 큰 동력이 되어줄지 모를 일이다. 잠정 은퇴 후 복귀했지만 야심차게 선보였던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폐지되고 여기 저기서 위기론을 들먹일 때마다 외로웠던 강호동이다. 그에게 이 프로듀서상은 대상 이상의 기쁨과 에너지로 작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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