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국들이 매해 연말이면 어김없이 쏟아내는 각종 시상식과 결산 프로그램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분야별 화합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정작 무대 위에선 묘한 경쟁심의 불꽃이 튀는 게 다반사다.
그런 점에서 지난 30일 오후 KBS 1TV에서 방송된 '2013 KBS 트로트대축제'(이하 '트로트대축제')는 수상장면 자체를 과감히 생략하고, 좀 더 선후배 트로트 가수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객석에 자리한 관객들과 유쾌하고 신명나는 모습을 보여줘 보는 이를 웃게 했다.
MC를 맡은 가수 임백천과 장윤전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차례로 소개된 각종 트로트 가수들의 무대는 대규모 무대장치나 화려한 카메라 무빙이 없었지만 오히려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가수들의 화합, 화면 바깥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넘치는 에너지가 있었던 그야말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방송은 장윤정의 겹경사 축하로 시작됐다. 임백천이 먼저 "뜻깊은 일이 많았다"며 인사를 건네자, 장윤정은 "KBS 덕분이다. 도경완 아나운서랑 경혼도 하고 뱃속에 아기도 생겼다. (임신) 4개월이라 이런 드레스도 부담스럽지만, 예쁘게 봐달라. 내년 6월에 '숨풍' 낳을 예정이다"고 활짝 웃어, 객석으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았다.
트로트 가수로서의 첫 무대 스타트는 설운도가 끊었다. 설운도는 전국민 히트곡 '다함께 차차차'로 화려한 오프닝을 선사했고, 이같은 무대에 객석은 떼창은 물론, 기립해 화끈한 춤사위를 선보이는 관객이 등장하기도 했다.
부인의 사기혐의에 이어 억대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송대관은 각종 논란 후 처음으로 나선 공식 무대에서 히트곡 '해뜰날'과 '네박자'를 선보였다. 흰색 셔츠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등장한 송대관은, 여러 여성 백댄서들과 함께 신나는 무대를 꾸며 객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1991년에 응답한 무대도 등장했다. 바로 지난 1991년 발표해 이듬해 한국방송대상 가요상, 서울가요대상 대상 등을 휩쓸며 사랑받았던 김국환의 '타타타'가 바로 그 곡. 김국환은 '타타타'를 열창해 많은 이를 향수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현대무용수 1인의 역동적인 춤사위를 '타타타'와 절묘하게 조합시켜 고급스러운 느낌도 자아냈다.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활약도 빛났다. 쌍둥이 트로트 여성듀오 윙크, 박현빈, 홍진영 등이 연이어 젊은 감성의 트로트로 세대간 통합을 내비쳤다. 특히 '트로트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박현빈은 오토바이를 타고 무대에 등장, '샤방샤방'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최근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 등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주가를 올리고 있는 홍진영은 지난 2009년 발표한 데뷔곡이자 히트곡인 '사랑의 배터리' 무대를 소화했다. 홍진영은 대형 배터리 모양의 무대 위에서 깜찍한 율동을 곁들인 열창으로 이목을 집중케 했다.
지난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리틀싸이'로 불리며 유명세를 치렀던 황민우도 박상철의 무대에 깜짝 등장해 열정적인 안무로 무대 열기를 뜨겁게 했다.
각자의 히트곡을 차례로 선보인 가수들은 이어 함께 유닛으로 호흡하는 특별 무대로 진정한 화합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듯한 감동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이날 방송된 '트로트 대축제'는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 현숙, 배일호, 이혜리, 조항조, 김국환, 진미령, 윙크, 박현빈, 홍진영 등 총 24개팀이 참여했다.
'트로트 대축제'는 미국 컨트리 음악, 일본의 엔카와 마찬가지로 한국 고유의 음악인 트로트 가수들이 한데 어우러져 대북, 해금, 난타, 현대 무용, 샌드아트 등 다양한 콘셉트와 결합한 이색 무대였으며, 연말에 우후죽순 쏟아지는 각종 특집 프로그램의 '좋은 예'로 손꼽히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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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2013 트로트 대축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