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 텍사스 레인저스)가 다시 한 번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야구인생의 ‘3막’이다. 그 막을 활짝 열어젖히기 위해서는 왼손 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기에 앞으로의 기대치도 커진다.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이라는 초대형계약을 체결한 추신수는 30일 고국으로 돌아왔다. 추신수는 귀국 이후 공식 기자 회견에서 텍사스 입단 소감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그 중 관심을 모은 것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왼손투수에 대한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추신수가 끊임없이 들었던 질문이자 당분간은 더 들어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추신수의 왼손 약점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추신수는 올해 오른손 투수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존재였다. 타율 3할1푼7리, 출루율 4할5푼7리, 장타율 5할5푼4리로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011에 달했다. 하지만 왼손 투수에게는 오히려 저승사자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이었다. 추신수의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2할1푼5리, 출루율은 3할4푼7리였다. 정규시즌 중 왼손 투수에게 뽑아낸 홈런은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출루율이 높다는 게 한가닥 위안이었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 문제를 들어 추신수의 대형 계약에 다소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추신수의 왼손 투수 상대 장타율은 2009년 4할5푼6리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 지난해는 2할8푼6리, 올해는 2할6푼5리였다. 추신수도 이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지난 2011년 6월 왼손 투수인 조나단 산체스의 공에 엄지손가락을 맞아 큰 부상을 당한 뒤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다는 것이다.
기록을 보면 더 극적이다. 추신수는 산체스에게 공을 맞기 전까지 왼손 투수에 약하지 않은 왼손 타자였다. < ESPN>의 분석에 따르면 추신수는 그 전까지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2할6푼6리, 출루율 3할4푼6리, 장타율 3할8푼3리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구 이후 모든 성적이 급추락했다. 사구 이후 추신수의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2할1푼7리, 장타율은 2할9푼6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그런 아픈 기억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는 것이 추신수의 생각이다. 왼손 투수 약점에 대한 추신수의 올해 반응은 한결같았다.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현존 최고의 왼손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상대로 100% 출루를 기록한 지난 9월 9일 경기가 끝난 뒤에도 담담한 표정으로 같은 말을 했다. 오히려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는 시점이 좀 더 빨랐다면 올해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공포가 극복되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는 왼손을 상대로도 정상궤도에 오르는 추신수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헛된 상상이 아니다. 여기에 환경도 유리하게 바뀌었다. 텍사스의 홈구장 알링턴 볼파크는 좌측 펜스(101m)에 비해 우측 펜스(99m)가 좀 더 짧다. 한창 좋을 때는 밀어치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추신수의 성향을 고려하더라도 분명 유리하다. 추신수는 30일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 같다”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추신수의 능력이 타율 ‘2할1푼7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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