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감사합니다”..여전히 강력한 그녀의 영향력 [MBC연기대상]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12.31 07: 53

“임성한 작가님께 감사합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막강한 그의 영향력이 전해졌고 시청자들은 흠칫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지난 30일 오후 열린 MBC 연기대상에서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 출연자들의 수상 소감에서 어김없이, 가장 먼저 등장했던 말은 작가 임성한에 대한 감사 인사였다.
임성한 작가에 대한 감사 인사 행렬은 나란히 신인상을 수상한 ‘오로라 공주’의 두 남녀 주연 배우 오창석·전소민에서부터 시작됐다. 오창석은 “1년 간 연기할 수 있게 해준 임성한 작가에게 감사한다. 우리 드라마가 말도 많고 논란이 많았지만 흔들리지 않기 위해 노력 많이 했다. 촬영 기간 길고 고생해서 주시는 상 같다. 흔들리지 않게 잡아준 김보연 선생님께 감사한다”며 의미심장한 소감을 전했다.

또 전소민은 “신나게 마음껏 연기할 수 있게 해준 임성한 작가에게 감사하다”라고 말문을 열며 눈물을 흘려 9년 무명의 설움을 씻어냈다.
이어 황금연기상을 수상한 몽 자매의 맏언니 김보연의 입에서도 임성한 작가에 대한 감사 인사가 등장했다. 수상 직후 김보연은 “먼저 임성한 작가에게 감사한다. 할머니, 엄마 역을 맡을 나이에 처녀 역을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라며 좋은 역할을 맡겨준 데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김보연의 수상 소감이 인상 깊었던 것은 임성한 작가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평가 때문이었다. 그는 “임성한 선생님은 무명 배우를 스타로 만드는 작가라고 생각한다”면서 “이태곤, 전소민, 오창석 씨 등이 그랬다. 앞으로도 더 좋은 작품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를 배출해주길 바란다”라고 무명 배우들을 기용해 일약 스타로 만들어 주는 임 작가의 능력을 치하했다.
연기대상에서 수상자들이 작가의 이름을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은 사실 매우 흔하고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오로라 공주’ 출연진의 수상 소감에 등장하는 임성한 작가의 이름은 시청자들을 흠칫흠칫 놀라게 할 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로라 공주'와 이를 집필한 임성한 작가에 대한 악몽같은 기억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로 이름을 날렸던 ‘오로라 공주’였다. 일명 ‘임성한의 데스노트’라는 별명이 붙으며 드라마 속 12명의 등장 인물이 죽거나 사라졌다. 혼령이 등장하는가하면 유체이탈 장면도 있었다. 무속 신앙에 기댄 대사들이 끊이지 않고 나왔으며 시청자들을 가르치는 듯한 대사와 말하는 개, 동성애자가 불교에 귀의한 후 이성애자가 되는 설정 등 이 드라마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독특한 전개와 설정 등으로 인해 '막장의 완성'이라는 명예 아닌 명예를 얻게 됐다. 그리고 드라마가 야기한 모든 논란의 중심에는 드라마의 안팎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는 임성한 작가가 있었다.
이번 연기대상은 비교적 상을 모든 프로그램에 골고루 나눠 준 평이한 시상식이었다. 비록 '막장 드라마', '괴작' 등의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20%가 넘는 시청률로 선전한 '오로라 공주'에 대한 치하 역시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 임성한 작가는 수상자들의 말처럼 전소민·오창석 같은 신인들을 발굴해 냈고, 김보연과 같은 중년 연기자들에게 독특한 캐릭터를 선사했다. 시청자들의 숱한 비판에도 결국 마지막에 웃게 된 것은 시청률이라는 무기로 우위를 차지하게 된 임성한 작가인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바가 없지않다. 그러나 배우들의 수상에 대해서는 시청자들도 큰 이견이 없을 듯 하다. 배우들이 받은 상은 그 누구보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인물들을 연기하며 스트레스가 심했을 배우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상이 됐기 때문.
어쨌든 배우들의 수상 소감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임성한 작가의 영향력을 느끼게 했다. 시청자들에게는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배우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준 고마운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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