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의 마지막 날이다. 올 한해는 여느 때보다 다양한 SF영화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SF 영화의 특성 상 한국 영화보다는 외국 영화들이 많았지만,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도 ‘설국열차’가 이뤄낸 성과는 칭찬해줄 만 하다. 또 올해는 관객수 900만을 넘긴 SF 영화가 두 작품이나 나왔다. 앞서 언급한 ‘설국열차’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일명 ‘로다주’)의 인기를 입증한 ‘아이언맨3’가 그 주인공. 그 밖에도 올해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퍼시픽림’, ‘스타트렉 다크니스’, ‘월드워Z’, ‘엘리시움’, ‘그래비티’ 등 다양한 SF 영화들이 개봉돼 가히 'SF 영화‘의 풍년이라 부를만한 해였다.
새해를 시작하는 달이었던 1월에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영화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워쇼스키 남매, 톰 티크베어 감독)였다. 동명의 SF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워쇼스키 남매 감독 뿐 아니라 우리나라 배우 배두나가 출연한 할리우드 대작이란 점, 영화 속 배경 중 한국이 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이 영화는 홍보에도 최선을 다했다. 워쇼스키 남매가 지금은 종영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며 할리우드 스타가 국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쉽게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 것. 영화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연인으로 출연했던 배두나와 짐 스터지스는 열애설의 주인공이 되며 영화를 둘러싸고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다.

올해는 유난히 한국 배우와 감독의 해외 활약이 돋보였다. SF 영화에서도 그런 흐름은 영향을 미쳤다. 그 중심에 선 것이 앞서 언급한 배두나,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고아성, ‘지.아이.조2’에서 한 층 더 늘어난 분량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던 배우 이병헌이다.
‘설국열차’는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일단 국내 흥행에 성공했고,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아이.조2’는 이병헌의 출연으로 인해 국내 관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작품. 200만에 조금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며 흥행에도 비교적 성공했다. 특히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늘어난 분량과 카리스마로 뛰어난 존재감을 발휘 다음 편 출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쿨해서 매력적이었던 영웅 토니 스타크의 고민과 성장기를 담아낸 ‘아이언맨3’는 관객들을 비롯한 평단의 평가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진화된 캐릭터가 돋보였던 이 영화는 9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해 상반기 최고로 사랑받았던 영화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퍼시픽 림’ 역시 인기를 얻은 SF 영화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초대형 로봇과 외계괴수의 대결을 그리는 할리우드 이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25층 높이에 달하는 로봇 다섯 대가 지구를 초토화시키는 외계괴수에 맞서 강력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싸우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담아내 많은 남성 관객들의 열광을 한 몸에 받았다. 허술한 스토리와 반복되는 두 거물 사이의 전쟁이 지루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어릴 적 본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등장하던 장면들이 실사로 구현된 모습은 남성 관객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악역 배네딕크 컴버배치의 활약이 돋보였던 '스타트렉 다크니스'도 16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더불어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의 내한을 이끌어낸 영화 '월드워Z'의 선방 역시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5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월드워Z'는 올 상반기 좀비라는 키워드를 유행시키는 데 일조했다.

가장 최근 화제가 됐던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 공간 속에 갇히게 된 한 여자 우주과학자의 탈출기를 그리는 작품. 보통 시끌벅적한 SF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실제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듯 진공 상태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사운드와 현실감 높은 시각효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흥행에도 성공해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리고 12월의 마지막 날, 올해의 마지막 SF 영화가 개봉했다. 먼 미래, 지구를 식민지로 삼으려는 외계 종족 포믹과 대치 상태를 보내고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키워지는 소년 엔더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1985년 출간된 오슨 스콧 카드의 소설 ‘엔더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 원작 소설은 출간 즉시 20여개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으로 ‘해리포터’, ‘매트릭스’ 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드’의 게임 방식에도 영향을 줄 정도의 큰 영향을 미쳤다. 그 때문에 SF의 바이블이라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이 영화를 SF 흥행 행렬의 대미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엔더스 게임'은 2014년의 기억될 만한 SF 영화로 남게 될까?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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