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연기대상 시상식이 뜨거운 관심 속에 열리고 있다. 이미 MBC는 지난 30일 하지원이 영예의 대상을 받은 가운데, 31일 KBS와 SBS 연기대상 시상식이 막이 오른다. 개별 시상식을 지켜보며, 통합 시상식에 대한 갈증도 더해지고 있다. 만약에 지상파 3사 통합 시상식이 존재한다면, 올 한해 드라마퀸은 누가 될까.
일단 KBS는 ‘직장의 신’ 김혜수와 ‘비밀’ 황정음이 두각을 드러냈다. 김혜수는 일본 원작 드라마 특유의 이질감을 극복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무표정의 만능 계약직 미스김은 김혜수가 아니었으면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게 방송가의 중론. 김혜수는 호불호가 엇갈리기 쉬운 일본 원작 드라마의 한계를 딛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세밀한 캐릭터 표현력을 뽐냈다. 무엇보다도 승승장구하던 MBC 사극 ‘구가의 서’와 동등한 경쟁을 펼쳤다는 것만으로도 김혜수의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기력 논란을 겪었던 가수 출신 배우 황정음은 없었다. 황정음은 이 드라마에서 수도꼭지 눈물 연기로 안방극장을 울게 했다. ‘황정음 연기를 보고 울 줄 몰랐다’는 반응이 쏟아지며 배우 황정음에 대한 오해를 단숨에 날려버렸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는 막강한 경쟁자였던 SBS ‘상속자들’과 MBC ‘메디컬탑팀’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달리며 드라마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을 증명했다. 수목드라마 최약체로 평가받았던 ‘비밀’의 성공에는 황정음의 수준 높은 연기가 바탕이 됐다.

이미 뚜껑이 열린 MBC는 그 어느 방송사보다 여자 배우들의 강세가 뚜렷했다. ‘금 나와라 뚝딱’ 한지혜와 ‘기황후’ 하지원이 주목을 받았다. 한지혜는 ‘금나와라 뚝딱’에서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주말 오후 9시대는 MBC가 정통적으로 약세였던 시간대. 한지혜는 도도한 쌍둥이 언니와 착한 쌍둥이 동생을 동시에 연기하며 ‘금나와라 뚝딱’의 인기를 이끌었다. 그동안 대중적인 인기에 비해 연기력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배우 한지혜의 진가를 알릴 수 있었다.
하지원은 하반기 MBC 드라마를 책임졌다. ‘불의 여신 정이’의 예상하지 못한 실패로 월화드라마 1위 자리를 빼앗겼던 MBC는 ‘기황후’로 단숨에 1위를 되찾았다. 하지원은 이 드라마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출발부터 난항을 겪은 가운데 특유의 높은 캐릭터 몰입도와 뛰어난 연기력으로 초반부터 시청률 20%를 넘기는데 공헌을 했다.
SBS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송혜교가 배우 이름값을 자랑했다. KBS 2TV ‘내 딸 서영이’의 성공을 이끈 이보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보여줬다. 그동안 연기력에 비해 대중성이 약했던 이 배우는 이 드라마를 통해 연하 배우 이종석과 나이 차이를 느낄 수 없는 로맨스 연기로 드라마 열풍에 큰 힘이 됐다. 빼어난 연기력에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까지 드러낸 이보영은 아무도 성공할 줄 몰랐던 판타지와 로맨스가 결합된 복합 장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다.
송혜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눈부신 연기 성장을 보여줬다. 인기에 비해 연기력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그는 이 드라마에서 시각장애인 연기를 섬세하게 하며 호평의 주인공이 됐다. 악다구니를 쓰는 연기에서도 빛을 발하며 대상을 수상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배우로 등극했다. 아름다운 외모에 가려져 연기력이 돋보이지 않았던 송혜교는 올해 상반기 독보적인 드라마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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