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명보, "2002년 기억, 브라질서 다시 만들겠다"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4.01.01 07: 29

"2002년의 기억, 브라질서 다시 만들겠다."
이제는 감독이다. 2002년 여름 한국을 들썩였던 환호성의 주인공은 없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감독으로 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간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날보다는 앞일에 대한 기대가 컸다.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구랍 30일 신년 기자회견을 가진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젊은그대'들을 이끌고 동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지도자 인생을 시작한 홍명보 감독은 고난의 길을 걸었다. 화려함을 잊고 다시 지도자가 되기 위해 러시아 유학을 다녀왔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는 안지 마하치칼라서 코치 연수를 마쳤다. 길지 않을 것이라 예상됐던 홍 감독은 결국 2013년 여름 대표팀의 사령탑이 됐다.

"러시아에서 정말로 많은 고생을 했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었다. 러시아 축구를 다 안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다. 오히려 지난 평가전서 패배를 당한 것이 좋았다. 다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월드컵서 첫번째로 만날 러시아는 월드컵의 가장 중요한 경기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부터 2002 한일 월드컵까지 4차례의 월드컵을 선수로 경험한 홍명보 감독은 2006년 독일 월드컵서 코치로 활약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월드컵 참여 경험이다. 대학시절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감독이 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지만 한국 축구의 가장 중심에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감독으로 출발은 좋지 않았다. 올림픽서 성공을 했지만 A 대표팀 감독이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한 동아시안컵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골은 터지지 않았다. 수비가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었다. 해외파가 합류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유럽의 강호 스위스를 꺾기도 하고 러시아와 치열한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준비에 불과하다. 진짜 시험은 월드컵 본선 무대다.
"본선 조별리그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후의 일들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 일단 조별리그 통과를 중점으로 생각해야 한다. 내 인생에 월드컵을 빼놓고 말하기는 어렵다. 처음 국가대표가 된 후 6개월 만에 월드컵에 나섰고 은퇴를 앞두고 월드컵에 나서기도 했다. 코치에 이어 감독으로 월드컵을 나선다는 것은 무거운 책임이 있다. 부담 때문에 준비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머리로 준비해야 한다. 시간을 두고 열심히 준비를 한다면 분명 해낼 수 있다."
유럽파가 합류하면서 홍명보 감독이 머리속에 그린 그림들에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젊은그대'들을 이끌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현재 팀 전력의 80% 정도가 완성됐다. 이미 색깔은 거의 입혀졌고 세부적인 부분을 준비하면 된다. 특히 상대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완성된 그림이다. 러시아와 벨기에는 이미 철저히 분석을 준비하고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톤 두 하니티어르 코치 영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히딩크 감독 아래서 공부를 했던 두 하니티어르 코치는 홍명보호의 정보력을 일으켜줄 인재다.
"러시아의 경우 두 하니티어르 코치가 많은 준비를 할 것이다. 벨기에의 경우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자료를 모을 예정이다. 알제리의 경우 아직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분명 다른 루트를 통해 찾을 것이다. 두 하니티어르 코치가 1년 6개월 동안 러시아에 있으면서 차곡차곡 준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점들을 잘 찾아 나간다면 분명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1월 전지훈련을 통해 마지막 선수선발에 들어갈 예정인 홍명보 감독은 기존의 선수들에게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주전이 확정된 선수는 없고 끝까지 경쟁을 통해 임한다는 것이다. 박주영(아스날)의 경우 런던 올림픽과는 완전하게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선발을 할 수 없다. 당시 박주영 뿐만 아니라 모든 공격진이 벤치에서 대기 했었기 때문에 데려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젊은 선수들이 폭발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진도 분명하게 구상을 마치고 있는 상황이다.
"월드컵에 나설 선수들이 K리그 중심이라면 1월 전지훈련의 의미가 크다. 그러나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력선수들이기 때문에 완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계훈련은 분명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다. 대표팀은 언제든지 좋은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있다. 모든 선수들이 참여하지 못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경쟁의 시간을 만들겠다."
80% 전력을 구성한 홍명보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부상이다. 유럽에 있는 선수들이 어떤 몸상태인지 직접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로 합류하게 될 두 하니티어르 코치가 선수들을 직접 확인하겠지만 감독 마음만큼은 아니다. 따라서 철저하게 경기에 나서면서 몸 상태를 끌어 올리기를 바라고 있다. "소속팀에서 열심히 하고 전지훈련서 경쟁을 해야 한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해야지만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나도 그렇다. 유럽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경쟁력은 떨어진다"면서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감독으로 맞는 브라질 월드컵에 대해 홍명보 감독은 고민할 것이라 강조했다. 국민들의 기대에 얼마나 충족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배로서 선수들에게 많은 조언을 하고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경기에 임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과정과 결과 모두다. 그렇기 때문에 홍명보 감독의 가는 길이 새롭게 열릴 전망이다.
"2002년에 좋은 기억이 있다. 왜 2002년 처럼 다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느냐는 말들이 있다. 월드컵에 대한 좋은 추억이 많기 때문에 기대가 굉장히 큰 것으로 생각한다.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 축구 뿐만 아니라 인생도 그렇다. 과정이 좋다면 결과도 받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2년 기억을 다시 만들겠다. 잘 준비해 국민들께 좋은 기억을 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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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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