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정상등극을 바라본다.
LG의 2013년은 어느 팀보다 특별했다. 10년이나 가슴 한 편에 무겁게 자리했던 ‘패배’란 두 글자를 지워버리고 도약을 이뤘다. 페넌트레이스 최종일이었던 10월 5일, 한국프로야구의 주인공은 LG 트윈스였다.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정규시즌이었다. 시즌 초까지 가득했던 물음표는 극적반전을 위한 장치였다. 2년차 초보 감독, 불안한 선발진, 불확실한 뉴페이스, 노쇠화를 앞둔 베테랑 타자들 모두 예상을 뒤엎었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내내 침착했다. 눈앞의 1승을 위해 에이스를 앞당겨 쓰거나, 불펜 필승조를 조기에 가동시키는 일은 없었다. 미리 세워둔 계획대로 페넌트레이스를 풀어갔다. 라인업에 변화를 주면서 베테랑 타자들의 부담을 덜고 신예 선수들에게는 기회를 제공했다.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은 철저하게 휴식을 부여했다. 매년 찾아왔던 부상 악령이 피해간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아킬레스건이었던 선발진은 리그 최정상급으로 진화했다. 반쪽 투수 레다메스 리즈는 완성형 투수로 성장했다. 계약 전까지 미운오리였던 류제국은 반전을 이끈 ‘승리 아이콘’이 됐다. 우규민은 스스로 마무리투수 꼬리표를 떼고 에이스로 우뚝 섰다. 유망주 세 글자에 갇혀있던 신정락은 마침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약점이 강점이 됐고 막강 불펜진과 조화를 이뤄 리그에서 가장 높은 마운드가 탄생했다. 텅 빈 외국인투수 한 자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뉴페이스들의 힘도 컸다. 김용의와 문선재는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었고, 손주인은 수비진에 안정감을 선물했다. 현재윤은 경험을 더했고 정현욱은 투수진 전체에 프로의식을 심었다. LG에 오면 안 되고 LG를 떠나야 잘된다는 속설은 이들을 통해 거짓으로 판명됐다.
이병규(9번)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 베테랑 4인방은 건재했다. 이병규는 최고령 타격왕, 박용택은 2012시즌에 이어 이번에도 공수 모두에서 팀의 중심을 잡았다. 재계약을 체결, LG서 재도전을 택한 정성훈과 이진영은 여전히 FA 모범생이었다. 넷 모두 커리어 평균보다 높은 출루율을 기록, 매 타석 팀을 위해 배트를 휘둘렀고 상대 투수에게는 공포를 심어놓았다. 특히 이병규는 사이클링히트와 10연타석 안타로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베테랑 타자로 이름을 남겼다.
올해 전력누수는 없다. LG는 주축 멤버 그대로 2014시즌에 임한다. 3연패의 삼성, 준우승한 두산 모두 중심 선수들이 팀을 떠난 것과 반대다. 오히려 임재철 김선우 영입으로 팀 전체가 더 노련해졌다. 아직 공석인 외국인선수 두 자리가 변수지만, 기존 전력만 놓고 봐도 우승후보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선수들 또한 2013년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비시즌임에도 짐을 싸서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거나, 매일 잠실구장에 출근해 배트를 휘두른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강요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정상을 응시하고 있다. 20년 만에 1994년에 응답, 2014년 마지막 경기서 웃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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