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조인성-주원, 연기대상 아쉽지 않은 까닭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4.01.01 08: 14

강력한 대상 후보로 꼽혔던 배우 조인성, 주원이 비록 수상에 실패했지만, 대상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기분 좋게 2013년을 마무리했다.
조인성은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2013 SBS 연기대상에서 특별상과 10대 스타상을 수상했다. 군 입대 전인 지난 2005년 드라마 '봄날'로 그해 SBS 연기대상을 찾았던 조인성은 8년만의 방문에서 2관왕이라는 큰 수확을 거뒀다. 특히 이번 특별상은 대상에 버금가는 의미를 지닌 상으로, 그의 한 해 활약을 치하하는 의미를 가졌다.
같은 날, 주원은 2013 KBS 연기대상에서 PD선정 연기자상, 네티즌상, 베스트커플상, 최우수상을 받으며 4관왕에 올랐다. 이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김혜수가 베스트커플상까지 2관왕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결코 가볍지 않은 수확이다.

두 사람은 올 한해 가장 인상적인 연기 활동을 벌인 배우로 손꼽혔다. 당연히 연기대상에서 최고 영예인 대상까지 넘어다볼 수 있는 상황이었고, 실제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본인들에게는 씁쓸한 기억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조인성은 지난 2월 13일부터 4월 3일에 걸쳐 방송된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주인공 오수 역을 맡아 오영 역의 송혜교와 함께 애틋한 로맨스를 펼쳤다. 그는 전역 후 첫 드라마로 선택한 '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깊어진 감정 연기로 대중의 호평을 사는데 성공했다. 흥행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배우' 조인성의 진면목이 드러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가짜 남매가 연인이 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설렘, 모든 진실이 밝혀진 후 폭발하는 애증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모델 출신인 조인성은 데뷔 초기, 그림 같은 비주얼로 유명세를 누렸다. 이후 외모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려는 듯 동네 양아치, 조폭, 망나니 재벌 2세까지 극단적은 캐릭터들에 도전했다. 조금씩 연기 저변을 넓혀 온 조인성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만난 오수를 통해 내공을 터뜨렸고, 이번 시상식에서 특별상을 받으며 그 공을 인정받았다.
이는 주원도 마찬가지다. 주원은 지난 8월 5일부터 10월 7일까지 전파를 탄 월화드라마 '굿 닥터'를 통해 새로운 의사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일반화된 의사의 이미지, 똑똑하고 지적이고 남 부러울 것 없는 냉혈 의사가 아닌 서번트 신드롬을 앓고 있는 자폐 3급의 박시온을 연기하며 독자적인 연기 노선을 그려 나갔다. 장애를 가진 시온이 물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은 안방 극장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특히 주원은 극중 윤서(문채원 분)와의 동화같은 러브라인으로 막장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마음 한 편이 훈훈해지는 건강한 러브스토리를 선물했다. 이 덕분에 '굿 닥터'는 '마의 시청률'로 불리는 20%대를 돌파하며 방송 내내 단 한 번도 월화극 1위를 내놓지 않았다. 이야기의 중심에 섰던 주원의 저력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이날 조인성과 주원, 두 배우는 수상 소감으로 대상을 놓친 아쉬움이 아니라 '연기'라는 행위를 통해 누리는 즐거움에 대해 언급했다. 배우이기 전에 인간으로 살면서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조심스럽게 꺼내놓기도 했다.
조인성은 "제대하고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고현정, 차태현, 임주환, 송중기, 이광수 등 많은 분들이 힘을 줬다. 감사하다는 말씀드린다. 좋은 배우, 좋은 연기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수상소감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제대하고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는데"였다. 그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수 차례 말하며 힘겹게 견뎌낸 시간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주원은 "계속해서 앞으로 연기할 60년,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60년 동안 따뜻하고 더 큰 사랑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겸손하게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겸손하고, 계산하지 않고, 사람냄새 나는 배우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네 번이나 시상대에 섰던 그는 마지막에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조인성과 주원은 남자 배우들이 겪는, 또는 배우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 단계 성장했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굿닥터'에 녹여냈다. 보여지는 것, 남들이 정의하는 것들에서 벗어나 '연기'라는 순수한 목적을 가진 두 배우들은 대상이 아니어도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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