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보이' 이대호(32, 소프트뱅크)는 지금껏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는 정상 등극의 기쁨을 맛봤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기쁨보다 아쉬움이 짙었다.
2001년 프로 데뷔 후 11년간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했던 이대호는 2008년부터 4년 연속 4강 무대를 밟은 게 전부. 이대호는 사상 첫 타격 7관왕 등극과 9경기 연속 홈런 세계 신기록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지만 언제나 우승에 목말랐다.
2012년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무대에 진출한 뒤에도 마찬가지. 이대호는 오릭스 버팔로스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하며 대한민국 야구의 힘을 마음껏 보여줬으나 팀 성적이 하위권에 머무르는 바람에 고독한 4번 타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군분투'라는 표현이 딱이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2+1년 총 3년간 14억5000만엔(약 148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세부 내용은 계약금은 5000만엔이며 2014년 연봉 4억엔, 2015년 연봉 5억엔을 받는다. 별도의 옵션으로 1억5000만엔(추정)이 있다. 그리고 +1년은 이대호에게 달려 있다.
소프트뱅크 잔류 또는 타 구단 이적 모두 이대호가 선택할 수 있다. 옵션에 대한 구체적인 부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연간 1억5000만엔 정도로 알려졌다. 옵션까지 더하면 무려 19억 엔(약 194억 원) 짜리 초대형 계약이다.
이대호는 지난 2년간 오릭스의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하며 기량을 검증받았다. 데뷔 첫해(2012년) 전 경기에 출장, 타율 2할8푼6리(525타수 150안타) 24홈런 91타점 54득점으로 성공적인 한해를 보냈다. 올 시즌에도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3리(521타수 158안타) 24홈런 91타점 60득점을 기록하며 더욱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4위로 5년 만에 B클래스 추락을 경험했다. 마땅한 4번 타자가 없어 고전했던 소프트뱅크는 이대호를 영입하며 우승 전력을 갖추게 됐다. 구단 측은 이대호가 붙박이 4번 타자로 활약하며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은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은 이대호를 붙박이 4번 타자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에는 4번이 고정되지 못했다. 4번 자리는 1년간 고정되는 게 좋다"고 밝힌 아키야마 감독은 이대호에 대해 "타율도 좋고, 홈런도 치는 4번타자 타입이다. 기요하라 가즈히로 스타일"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를 세 번째 둥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를 원하고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우승의 기쁨까지 누릴 수 있는 최적의 팀"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래서 일까. 이대호는 예년보다 일찌감치 담금질에 나설 예정. 그만큼 세 번째 구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정상 등극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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