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성주가 본의 아니게 꺼내게 된 개그맨 서경석과의 일화로 인해 한바탕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MC 김구라의 과감한 폭로는 그를 들었다 놨다 했고, 그런 과정에서 보인 김성주의 다소 소심한(?) 태도는 웃음을 자아냈다.
김성주는 1일 오후 11시 15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이하 '라스')에서 개그맨 서경석과 같은 년도에 태어났음에도 그를 형이라 부른다며 은근 슬쩍 불만을 표했다.
이날 김구라는 "대본 외의 얘기다"라며 서경석과 호칭 갈등을 겪고 있는 김성주의 상황에 대해 운을 띄었다. 김구라의 말에 따르면 김성주는 서경석과 동갑임에도 그를 형이라 부르고 있고 그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김구라는 “배기성이 72(년생), 이세준도 72, 김원준은 73인데 서경석이 걔네한테는 같은 72니까 ‘야자’를 하자고 한다. 그런데 김성주한테는 ‘형이라 그래’라고 했다더라. 그래서 (김성주는 서경석을) 형이라 한다. 거기에 이윤석도 동조 한다”라고 폭로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김성주는 “경호 형이 71이고 서경석 이윤석이 71이다. MBC 입사 때 그분들을 보고 학번을 물었더니 90이라더라. 나는 91이다. 그러면 네가 형이라 하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형이라 불렀다. 그런데 나는 이세준, 배기성, 윤정수와 친구다. 김원준도 친구를 하더라”며 “그래서 다 모이는 경우가 있으면 내가 말을 못한다. 나는 정당히 72 년생이다”이라고 말했다.
김성주가 서경석과의 호칭 정리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과거 그는 두 사람 모두와 친분이 있는 한 형에게 자신의 고민을 말했고, 그 형은 서경석에게 김성주와 친구로 지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서경석은 “한 번 부르기 시작했으면 불러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MC 및 게스트의 반응은 다양했다. 미국 문화에 익숙한 로버트 할리는 "형이라 불러 달라 하는 것도 나쁘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윤종신은 "다시 경석 씨로 가자"며 서로 '~씨'란 호칭을 붙일 것을 제안했다. 두 사람을 모두 아는 김경호는 "경석이가 잘못했다"고 말했고, 규현은 "어린 애들만 이런 얘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어른들도 있다"라고 놀라워했다.
이어 MC들은 다 함께 "공식 선언을 해라. 친구 한다고 얘기를 해버리라"고 김성주를 부추겼고 김성주는 "경석이 형이라 부른지 10년이 넘었다. 서경석 씨가 굉장히 형 같기는 하다"면서도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김경호의 말에 "그렇죠?"라고 되물으로 화색이 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김구라는 "송해 선생님도 빠른 27이라 하셨다. 그 얘기 듣고 빵 터졌다"며 "여든살이 넘은 어르신들도 형, 아우가 중요하다"라고 상황을 설명했고 김성주는 용기를 낸 듯 "정확히 프로필에 나와있는 대로, 등본에 나와있는대로 합시다. 경석 씨. 2014년부터는 친구합시다. 내가 형 싫어하는 건 아니야. 형 좋아하는데 상황이 이 정도면 (바꿔줘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용기를 낸 것도 잠시, 김성주는 MC 김국진이 방송 중 서경석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자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놓고 어떻게 얘기하느냐"면서 "서경석 씨가 나랑 대기실에 둘이 있다 그러면 '성주야 너 나 형이라 하는 거 싫다고 했다면서? 그렇게 해' 하고 말한 뒤 안 볼 스타일이다. 나는 경석이 형을 계속 보고싶다"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카메라 앵글을 벗어났음에도 굳이 다시 얼굴을 내밀어 "경석이 형. 불편하시면 그냥 동생 하셔도 돼요"라고 꼬리를 내린 모습을 보여 다시 한 번 스튜디오를 웃음 바다에 빠트렸다.
한국 사회에서는 호칭 정리가 복잡하고도 미묘한 문제다. 때문에 오랜 시간 이도저도 못한 채 김구라에게 한탄(?)해왔던 김성주의 모습은 공감을 자아냈으며 동시에 그의 특유의 섬세한 성격을 부각시켜 웃음을 줬다. 묘하게 연민을 자아내는 김성주와 그런 그에 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폭로하는 김구라, 본의 아니게 '라스'에 등장하게 된 서경석의 웃지 못 할 입장이 보는 이들에게는 큰 웃음을 주는 날이었다.
한편 이날 '라스'에는 '마!거시기 새해드래요?'라는 부제로 방송인 김성주, 하일, 가수 김경호 걸그룹 달샤벳 수빈 등 사투리를 구사하는 연예인들이 출연해 새해 인사를 전했다.
eujenej@osen.co.kr
'라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