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SK의 영광은 2013년에 이르러 마무리됐다. 정상권에 있던 팀이 6위까지 떨어졌으니 팀 재정비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자존심이 꿈틀대고 있다. 추락하지 없었다면 얻지 못했을 성과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시리즈 우승 3회에 빛나는 SK는 지난해 6위까지 떨어졌다. 부상자 속출, 주축 선수들의 부진으로 전반기에 처진 성적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시도도 결국 지난해에는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가을 DNA’만 부르짖기에는 팀 전체의 동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그리고 프런트까지 모두가 고개를 숙인 한 해였다.
올라갈 때가 있으면 내려갈 때가 있는 법이다. 왕조도 그렇게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때문에 최근 SK의 최대 화두는 그 내리막의 시간을 최대한 짧게 만드는 것이라고 할 만하다. 당초 전망은 그렇게 밝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이 서서히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견제할 만한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도 더뎠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을 향해 가는 SK 팀 곳곳에서는 은근한 자신감도 엿보인다. 4강 재진입을 목표로 다시 뛰고 있다.

코칭스태프부터 면면을 바꿨다. 김경기 타격코치와 조웅천 투수코치를 비롯, SK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코치들이 전면에 배치돼 팀 분위기 쇄신을 이끌고 있다. SK의 지난해 부진은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예년에 비해 처져있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코치들이 마무리캠프부터 선수들을 다독이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만수 SK 감독도 “마무리캠프에서 코치들이 정말 열심히 했다. 선수들도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흡족한 평가를 내렸다.
선수들도 조금씩 약해졌던 투지를 되찾고 있다. 야구 관계자들은 “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서 팀에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아무래도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여건이었다. 하지만 한 번의 추락은 선수들을 자극하는 요소가 됐다. 허무한 가을과 연봉 협상 등 몇몇 부분에서 쓴맛을 본 선수들이 자존심을 이야기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선수들의 마무리훈련을 지켜본 한 관계자는 “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진 것이 보인다”라고 기대를 걸었다. 웬만한 전력 보강 이상의 효과가 될 수 있다.
프런트도 새로운 각오로 2014년에 임하고 있다. 그동안 쌓여왔던 팀의 문제에 대처하는 속도가 늦었다는 것이 프런트의 진단이다. 프런트부터도 성적에 안주하지 않았느냐는 자기반성이다. 최근 육성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 보고 2군 선수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에 들어갔다. FA시장에서 정근우를 놓치며 자존심을 구겼지만 당장 가장 큰 전력보강 효과가 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수혈에도 심혈을 기울이며 반등의 요소를 마련했다. 과연 SK가 2014년 구겨졌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올해 4강 싸움의 가장 큰 키워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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