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라스’, 족보 브레이커 논쟁으로도 한시간 후딱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1.02 09: 03

김구라가 말하는 소위 ‘예능적 작법’으로 표현하면 소심하고, 일반적으로 말하면 섬세한 김성주의 칭얼거림은 유쾌했다. 싸움을 붙여놓고 나 몰라라 하는 김구라와 윤종신의 몰아가기는 마구잡이로 웃음이 터졌고, 방관하면서도 툭툭 한 마디씩 내뱉는 김국진도 강했다. ‘라디오스타’가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억울한 빠른 연도생과의 동갑 맺음과 그로 인한 ‘멍멍이 족보’를 두고 새해 첫날부터 웃겼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는 이 땅의 ‘빠른 연도’ 나이로 인해 족보가 꼬여버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소환하는 용감한 일을 벌였다.
시작은 김성주의 칭얼거림으로 불거졌다. 김성주는 절친한 김구라에게 서경석,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의 애매한 관계를 평소에도 종종 털어놨고, 한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거침 없이 물고 늘어지는 ‘라디오스타’에서 한풀이를 시작했다.

서경석은 1972년 2월생, 즉 지금은 없어진 빠른 연도생. 1972년 10월생인 김성주는 10년 전 서경석을 처음 봤을 때 당연히 형이라고 불렀다. 허나, 김성주와 친구인 1972년 7월생 이세준, 1972년 3월생 배기성이 서경석과 친구가 되면서 문제가 됐다. 더욱이 1973년 2월생인 김원준은 김성주는 물론이고 이세준, 배기성 등과 친구였으며 심지어 서경석과도 친구로 지냈다.
이쯤 되니 김성주는 억울할 법 했고, 다른 지인을 통해 서경석에게 이야기를 꺼냈지만 ‘한번 형은 영원히 형’이라는 서경석의 짓궂은 반응에 다 같이 모이면 김성주가 애매해지는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요지였다. 김성주는 ‘형 아닌 형’ 서경석을 무서워하면서도 김구라에게 고민을 토로했고, 이를 윤종신이 부추기고 김국진이 평소대로 지켜보면서도 말리지 않으면서 일이 커졌다. 바로 서경석에게 즉석으로 전화를 건 것. 얼굴이 새하얗게 되고 말이 빨라진 김성주의 소심함과 싸움을 붙일대로 붙여놓고 살짝 빠지려는 김구라의 뛰어난 예능감은 안방극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라디오스타’는 그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여론몰이를 통해 게스트들을 당황하게 하거나, 게스트들과 말싸움을 벌여 재미를 선사하는 곳. ‘말빨’ 좋기로 유명한 김성주도 윤종신이 말하는 ‘모사꾼’ 김구라 앞에서는 쩔쩔 매고, 이를 지켜보는 외국인 로버트 할리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은 이날 ‘라디오스타’의 가장 큰 웃음 지점이었다. 새해 첫날부터 난입한 ‘족보 브레이커’로 인해 한시간 동안 곳곳에서 웃음을 터뜨린 ‘라디오스타’의 생존 전략이 여실히 드러난 대목이기도 했다.
박터지게 입씨름을 해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사람이 없는 다소 어수선한 곳이 이 토크쇼인 것. 이날 서경석은 녹화가 끝난 후 김국진의 전화에 응답했다. 김국진은 천연덕스럽게 김성주의 억울한 사연을 다시 한번 전했다. 돌아온 대답은 ‘걔는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는 것. 서경석의 상남자 일침에 안절부절해하는 김성주의 모습을 끝으로 ‘족보 브레이커 논쟁’은 또 한번 미궁 속으로 빠졌다.
김성주의 새해 소원 성취는 이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소심한 고민토로는 빠른 연도생 때문에 족보가 꼬였거나, 꼬인 상황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 가득한 즐거움을 안겼다.  
jmpyo@osen.co.kr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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