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 안에서 이보다 더 바쁜 선수가 있을까. 하나외환의 ‘얼짱신인’ 신지현(19)이 좌충우돌 프로 데뷔시즌을 치르고 있다.
요즘 농구팬들은 하나외환 경기를 보면서 조동기 감독에게 “신지현 내보내라”는 성토를 많이 한다. 여자농구는 주전과 후보들의 기량차가 매우 크다. 아무리 신지현이 1순위 신인이라도 당장 많은 출전시간을 갖기는 힘들다. 팬들도 이를 알고 있지만, 귀여운 외모의 신지현이 코트를 누비는 것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한다. '얼짱'과 '61점 소녀'로 유명세를 떨친 신지현은 프로입단 두 달 만에 스타가 다됐다.

하나외환의 주전가드는 김지현(29)이다. 새해 첫 날 홈에서 치른 우리은행전에서 신지현은 언니들의 물병을 챙겨주면서 경기를 지켜봤다. 선수가 많다보니 벤치에 앉을 자리도 없었다. 신지현은 아이스박스에 앉아 있다가 언니들이 목이 마를 때 물병 심부름을 했다. 교체선수가 투입될 때 옷을 정리해주는 것도 ‘막내’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1쿼터 종료 1분 27초를 남기고 조동기 감독이 신지현을 불렀다. 그녀는 ‘막내’에서 ‘선수’로 역할을 바꿨다. 투입과 동시에 신지현은 악착같이 루즈볼을 쫓아가 박하나의 레이업슛을 어시스트했다. 곱상한 외모와 달리 코트 안에서는 투지가 돋보였다. 신지현은 이승아와 몸싸움을 하는 도중에 유니폼을 슬쩍 잡아당기기도 했다.
신인이라 미숙한 플레이도 많았다. 공격시간에 쫓겨 공을 잡은 신지현은 미처 슛을 쏴보지도 못하고 공격권을 내줬다. 또 외국선수와 부딪치자 몸싸움에서 확연히 밀리는 모습도 보였다. 조동기 감독은 2쿼터에 신지현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김희선 코치에게 이것저것 지적을 당한 그는 다시 ‘막내’로 돌아가 물병에 물을 채웠다.
4쿼터에 다시 투입된 신지현은 점프슛으로 첫 득점을 신고했다. 종료 31초전 결승득점을 터트린 김정은(22점)의 활약으로 하나외환은 선두 우리은행에게 69-67로 일격을 가했다. 이날 신지현은 2점, 2어시스트, 2턴오버를 기록했다. 2점 차로 꼴찌가 선두를 잡은 날, 막내의 2득점도 톡톡한 보탬이 됐다. 신지현은 하프타임에 농구전문지 월간 점프볼이 선정한 ‘2013년 아마추어 여자선수’ 수상자로 선정돼 기쁨이 두 배가 됐다.

경기 후 조동기 감독은 신지현에 대해 “항간에 61점 넣은 (신)지현이를 왜 ‘패스셔틀’을 시키느냐고 하시더라. 몰라서 하는 소리다. 고등학교와 프로의 기량차이는 크다”며 “그래도 지현이가 공을 잘 운반해서 찬스 나는 곳에 주고, 완전한 오픈찬스에서 넣어주면 만족한다. 오늘 지현이와 (박)하나가 터지면서 김정은의 부담이 줄었다. 앞으로 2~3년 내 하나외환은 강이슬, 김이슬, 신지현 같은 어린선수들이 이끌어갈 것”이라며 막내에게 합격점을 줬다.
신지현은 “새해인데 이겨서 더 기쁜 것 같다. 막내라서 경험을 쌓으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면서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외환 팬들은 2014년 신지현의 성장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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