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아레나 전체가 술렁였다. 넥슨 아레나에서 경기를 손에 땀을지며 지켜보던 500명의 관중들은 물론 스타2 침체 이후 숨죽여 지내던 100만 프로토스 유저들을 열광케 했다.
지난 2008년 이른바 '육룡'으로 불리며 프로토스 골든에이지(황금기)의 주역 중 하나 '곡예사' 김구현(프라임)이 496일만에 돌아온 프로리그에서 속이 후련해지는 2연승으로 자신의 화려한 귀환을 신고했다.
김구현은 지난해 12월 29일과 31일 서울 서초동 넥슨 e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시즌' IM과 SK텔레콤, 개막 2연전에서 각각 송현덕과 김민철 등, 당대 프로토스와 저그 종족의 대표선수들을 제압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팀의 패배로 그 빛을 잃었지만 의미있는 승리였다. 지난 프로리그 2012-2013시즌을 앞두고 공군 에이스가 팀을 전격해체 하면서 김구현은 사실상 프로게이머에 대한 꿈을 접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리그 개막을 앞두고 프라임에 입단하면서 다시 한 번 도전을 시작했지만 1년 넘는 공백기 대한 우려로 불안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WCS 아메리카리그 최고 프로토스로 평가받고 있는 송현덕을 상대로 승전보를 울렸을 때만 해도 그의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실력적인 부분보다는 빌드에서 승패가 엇갈리는 동족전이라며 평가절하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붉은 셔틀의 곡예사는 아직 살아있었다. 김구현은 그 불안감을 기대로 바뀌게 만들었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화제의 주인공이 되버렸다.
송현덕을 상대로 본진에서 병력을 쮜어짜내는 올인성 러시였기는 하지만 불사조를 함께 사용하면서 강자 송현덕의 무너뜨린 김구현의 짜임새는 분명하게 돋보였다.
이틀 뒤에 치른 당대 최강의 저그 김민철과 경기. 선수 개인적인 능력에서도 몇 수 아래도 평가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맵의 유불리 또한 김구현을 외면하는 상황이었다. 악조건이 겹치는 상황에서 김구현은 시작부터 전략적인 승부수를 꺼내들면서 강하게 김민철을 압박했다.
'철벽'이라는 애칭처럼 방어형 선수로 소문난 김민철도 김구현의 강력한 승부수에서 밀리면서 무너져내렸다. 초반 전략 뿐만 아니라 중후반 운영까지 김구현의 경기력은 분명 힘이 있었다. 상대를 윽박지르는 조합으로 최강의 방패라 평가받는 김민철의 진영을 유린하면서 시즌 2승째를 신고했다.

아슬아슬하지만 전성기 시절 붉은 셔틀의 곡예사로 명성을 날렸던 김구현의 색깔을 맛깔스럽게 끌어낸 경기였다.
한국e스포츠협회 서형석 팀장은 "전략적인 경기로만 평하기에는 김구현의 짜임새가 너무 좋았다. 전략적으로 경기를 시작해도 경기를 풀어가는 능력은 정말 위력적"이라면서 "김구현의 실력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은 송현덕 김민철 등 두 걸출한 선수를 잡아냈다는 사실이 실력을 입증한 것"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구현의 경기를 지켜보던 다른 관계자들보다 "역시 김구현"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구현은 비록 두 경기 뿐이지만 경기를 거듭할 수록 안정감을 찾아가며 더욱 위력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김구현의 이같은 활약에 현장과 온라인상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물론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팬들도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다.
김구현의 성공적인 복귀로 인해 장현우 외에는 쓸만한 카드가 없다고 평가받고 꼴찌후보 프라임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했다. 김구현의 화려한 귀환은 비단 프라임 뿐만 아니라 스타부재에 목말랐던 스타크래프트2 e스포츠에게도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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