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쇼와 푸이그, 상반됐던 2013년 겨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03 06: 50

LA 다저스를 대표하는 두 선수가 상반된 2013년 겨울을 보냈다. 경기장 밖에서의 일이다. 클레이튼 커쇼(26)는 선행으로 화제를 모은 반면 야시엘 푸이그(24)는 사고로 구설수에 올랐다. 현지 언론에서도 씁쓸한 심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급기야 장기적인 클럽하우스 분위기를 짚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커쇼와 푸이그는 2013년 LA 다저스의 투·타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이미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왼손 투수로 평가받는 커쇼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다. 무려 236이닝을 던지며 16승9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한 커쇼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생애 최고의 시즌이라고 할 만했다.
푸이그는 리그에서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신인이었다.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MLB)에 데뷔, 104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19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남성미적인 매력이 철철 넘치는 푸이그에 LA 지역은 물론 미 전역이 비상한 관심을 드러냈다. 푸이그가 도화선을 붙이지 못했다면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이처럼 큰 스포트라이트를 뒤로 하고 맞이한 겨울은 사뭇 달랐다. 커쇼는 뛰어난 기량은 물론 인간성까지 조명을 받으며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지만 푸이그는 뛰어난 잠재력 뒤에 가린 폭주족 본능이 조명을 받으며 거센 비판을 일으켰다. 커쇼는 사회공헌도가 높은 MLB 관계자들을 기리는 ‘브랜치 리키상’의 수상자로 선정돼 젊은이들의 롤모델로 떠올랐다. 반면 푸이그는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몰고 110마일(177㎞)로 달리다 경찰에 체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런 상반된 겨울은 현지에서도 조명되고 있다. 미 스포츠전문채널 < ESPN>의 다저스 담당 기자 마크 색슨은 두 선수의 겨울을 대비시키며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건이었다”라고 꼬집었다. 색슨 기자는 대중의 시각과 선수의 본질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님을 전제하면서도 이런 사건이 경기장 안팎에서 비교적 조용한 커쇼, 그리고 활발한 성격인 푸이그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이런 두 선수의 대비가 향후 다저스 클럽하우스 분위기에 줄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드러냈다. 색슨 기자는 “개개인의 성격차에서 비롯되는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항상 온도차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선수는 좀 더 심각한 분위기를 좋아하고, 어떤 선수는 좀 더 유쾌한 분위기를 추구한다. 누군가는 카드놀이를 좋아하는 반면 누군가는 성경을 읽기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색슨 기자는 푸이그의 가세로 다저스의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졌다고 지난 한 해를 돌아봤다. 푸이그 효과가 클럽하우스에서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 밖에서의 돌출 행동은 사정이 다르다. 클럽하우스 분위기에도 그다지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푸이그가 새해에는 좀 더 어른스러운 행동으로 클럽하우스까지 이끌어갈 능력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까. 2014년 다저스를 지켜보는 한 가지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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