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조진호 대행, "목표는 챌린지 1위, 처음부터 총력전"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4.01.03 06: 59

"목표는 챌린지 1위, 처음부터 총력전을 펼쳐서 반드시 승격을 이뤄내겠다."
조진호(41) 대전 시티즌 감독대행은 아직도 지난 시즌 마지막 8경기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처음으로 팀의 사령탑을 맡아 치른 8경기는 하나 하나 다시 복기할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5승 2무 1패의 화려한 성적. 그럼에도 만년 꼴찌팀이었던 대전이 시즌 막판 써내려간 드라마는 강등이라는 결과로 귀결되면서 2013년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조 대행은 지난 시즌 못다 피운 불꽃을 올해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2일, 챌린지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앞둔 그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 아직도 생생한 5승 2무 1패의 기억
"대구전은 얼떨결에 맡아 걱정도 많이 됐다. 경남전에서는 무조건 1승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지만 끝나고서도 질책은 하지 않았다. 제주전, 제주전이 참 대단했다. 선수들이 다 컨디션이 좋았다. 윤빛가람이 페널티킥을 얻었을 때 '촉'이 왔다. 못 넣을 것 같더라고."
그야말로 불꽃같았다. 지난 시즌 막판, 강등과 잔류의 갈림길에 선 대전은 4연승을 내달리며 희망의 불꽃을 태웠다. 김인완 전 감독이 부진한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병상에 누워 갑작스레 사령탑을 떠안게 된 조 대행은 눈 앞이 캄캄했다. 최종전까지 단 8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팀의 성적은 2승 9무 19패, 승점 13점에 불과했다. 누구나 대전의 강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선수들조차 그랬다.
침몰하는 배에서 선장을 잃은 선수들은 우왕좌왕했고, 포기하고 낙심하고 있었다. 조 대행은 "선수들의 눈이 죽어있더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동시에 생각했다. "아, 나까지 무너지면 안되겠구나"하고. 어떻게든 헤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선수들을 다독이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계속된 패배와 눈앞으로 다가온 강등에 지쳐있는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또한 2군에서 유심히 봐왔던 황지웅이나 한경인, 이슬기 같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1군 선수들에 비해 멘탈이나 간절함이 심리적으로 더 컸기 때문"이라는 조 대행의 말처럼, 묻혀있던 인재들은 고비 때마다 대전에 승리를 안겨주는 희망의 파랑새가 됐다.
상승세를 탄 대전은 연전연승, 무패의 기세로 잔류 희망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39라운드 경남전에서 1-1 무승부에 그치며 희망의 불꽃이 꺼졌다. 조 대행은 "끝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 선수들도 엉엉 울고. 하늘이 노랬다"며 "그날 우리가 경기를 참 잘했는데, 경남도 경기를 잘 했다. 특히 루크가 날아다녔다. 우리 공격을 루크가 다 막아내더라"고 강등이 확정된 경남전을 복기했다.
"사실 강등 탈출보다 팀 창단 이후 최초로 5연승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마지막까지 잘 했는데 결과가 강등이라 대전 시민들과 염홍철 시장님께 참 죄송스러운 기분이었다"고 그 때의 심경을 전한 조 대행은 "그래도 선수들이 끝까지 열심히 뛴 것이 팬들에게 기쁨을 준 것 같다. 승리한 후 팬들과 사진을 찍는데 꼭 우승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며 미소를 지었다. 
▲ 2014 목표는 챌린지 1위, 불꽃을 이어간다
시즌이 마무리되고 챌린지에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하는 대전은 조 대행을 다시 한 번 감독대행으로 선임했다. 5승 2무 1패의 호성적으로 극적 드라마를 쓴 조 대행이었기에 감독 선임이 아닌 대행 선임이라는 점에 물음표가 그려졌다.
하지만 조 대행은 "서운한 점도 물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는 일이고, 앞으로는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나 대신 누가 들어온다 해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김세환 대표이사가 젊은 열정으로 좋은 결정을 해주셨다. 실패는 두렵지 않다. 동기부여도 될 것 같다"고 도전을 받아들였다.
조 대행은 올 시즌 대전의 목표를 챌린지 1위로 잡았다. 이를 위해 초반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지난 시즌 쌓아놓은 승점 없이 고생한 기억이 뇌리에 역력히 남아있는 까닭이다. 물론 쉽지 않은 목표다. 대전을 비롯해 대구, 강원, 광주 등 시민구단이 챌린지의 중심이 되면서 승격 전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며 쓴웃음을 지은 조 대행은 "대구는 베스트11을 거의 유지할 것으로 본다. 알툴 감독이 부임한 강원이나 광주도 만만치 않은 팀이다. 안양이나 수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해처럼 경찰청의 독주 양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올해의 판도를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대전은 지난 시즌 큰 힘이 되어줬던 이강진이 전북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한경인과 김병석, 한덕희는 경찰청과 상무에 입대한다. 베스트11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주앙파울로와 아리아스 등 용병들도 높은 몸값 때문에 재계약이 사실상 어렵다.
희망은 있다.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영입을 추진 중이다. 조 대행은 "가능성 있는 몇몇 선수들 영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기회를 많이 줘서 스타플레이어로 만들어내고 싶다"고 지도자로서 욕심을 드러냈다. 기대해볼만한 소식이 또 하나 있다. 조 대행은 "지난 시즌 축구화까지 선물하며 다독여준 플라타가 연봉을 낮춰서라도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더라"며 플라타 합류를 내심 바랐다. 플라타만 합류해준다면 대전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대전은 8일 전남 고흥에서 본격적인 동계 전지훈련을 실시, 2월 3일부터 20일까지는 제주로 무대를 옮겨 2차 전지훈련에 돌입할 계획이다. 조 대행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동계훈련서 선수들을 빨리 파악해야 베스트11 윤곽이 나올 것 같다"며 새 시즌을 앞둔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한 승부근성과 희생정신으로 2014년 시즌 대전시티즌 1부승격 목표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조 대행이 새해 첫 날 선수단에 보낸 문자다. 17년 축구 특별시의 역사에서 첫 강등의 아픔을 겪은 대전이 조 대행의 말처럼 '강한 승부근성과 희생정신'으로 강등 다음 해 승격이라는 또 한 편의 드라마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지난 해와 달리 올해의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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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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