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더블 신화를 달성했던 포항 스틸러스가 영광 재현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고 있는 포항은 지난해 K리그와 FA컵을 동시에 품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외국인 선수 없이 국내 선수들로만 이룬 업적이라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주축 선수들의 이적과 부상 이탈로 생긴 공백을 어린 선수들로 메우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영광을 뒤로 하고 힘찬 기지개를 켠다. 약 1달 간의 달콤한 휴식을 취한 포항은 오는 5일 송라클럽하우스서 새 해 첫 발을 내딛는다. 이후 15일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를 거쳐 2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본격적인 전지훈련에 돌입해 내달 9일 국내로 복귀한다.

안탈리아는 기분 좋은 장소다. 포항은 지난해 이 곳에서 전지훈련을 통해 유럽의 강호 팀을 연달아 격파했다. 자신감을 안고 돌아와 더블의 금자탑을 쌓았다. 올 해도 좋은 기운을 이어 받는다는 계획이다.
걸림돌도 있다.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 포항 관계자는 "기존 주축 선수들의 연봉 협상이 대부분 마무리 됐지만 자유계약(FA)으로 풀린 주축 선수들의 재계약과 외국인 선수 영입 문제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신화용, 황진성, 박성호, 노병준 등 팀의 기둥들이 FA 시장에 나왔지만 구단과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더블 달성의 주역이었다. 또 수 년간 강철전사로 활약했던 만큼 보상 심리가 존재할 터. 다만 포항의 재정 상황이 풍족하지 않아 구단과 선수 간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도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해 뜻깊은 한 해를 보냈기 때문에 올 해는 책임감이 더 크다. 지난해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여러 가지 문제로 머리가 복잡하다. 스쿼드도 많이 좋아질 것 같지 않아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의 시기다. FA 선수 잔류와 외국인 선수 영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 황 감독은 "(FA 선수 재계약과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해) 아직 결정난 게 없다. 대화를 계속 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머리가 복잡하다. 구단과 FA 선수들 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희소식도 있다. 수준급 신인들이 가세했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8강 주역인 강상우를 자유선발로 영입했다. 강상우는 빠른 발을 가진 측면 공격수로 문창진, 이광훈(이상 포항) 등과 연령별 대표팀서 한솥밥을 먹었던 만큼 순조롭게 적응할 전망이다.
2013 카페베네 왕중왕전 MVP 손준호도 힘을 보탠다. 영남대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제2의 이명주'로 평가 받은 자원이라 기대가 높다. 이광훈의 동생이자 2013 올인챌린지 MVP를 차지한 이광혁(측면 공격수)도 강철 전사 대열에 합류한다. '은사' 이창원 포항제철고 감독이 "당장 프로에 가도 손색이 없다"고 극찬할 정도로 재능을 갖춘 유망주다.

이들의 능력을 20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하다. 전지훈련은 좋은 시험무대다. 황 감독은 "아직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라 프로 적응력을 염두해 둬야 한다"면서도 "자질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전지훈련을 통해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택'과 '집중'을 키워드로 내세운 포항이 영광 재현의 첫 문을 힘차게 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