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의 물오른 연기가 안방극장에 웃음과 눈물을 동시 자극하고 있다. 절대 미모 CF 여신은 14년 만에 드라마를 만나 최강 사랑스러운 톱 여배우로 다시 태어났다. 실제인지 연기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안하무인 허당 톱스타, 전지현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캐릭터를 현명하게 골랐고 만개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전지현과 김수현 커플의 연기 앙상블로 대박을 내고 있다. 이미 2012년 영화 '도둑들'에서 엿볼 수 있었던 두 사람의 '케미'는 '별그대'를 통해 정점을 찍는 중이다. 상당한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두 사람의 호흡이 매회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쫀쫀한 대본도 맛있지만 이야기 속 캐릭터를 맛깔나게 살리는 건 무엇보다 배우들의 힘이 절대적이다. 특히 전지현은 천송이 역을 통해 그간 대표작으로 꼽혔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넘어서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중이다.

2001년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는 배우 전지현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당시 차태현과 주연하며 당시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선 이례적으로 전국관객 488만 명을 모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제목대로 엽기적인 아가씨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소화해 '전지현의 재발견'이란 평가를 들었다.

1997년 잡지 모델로 데뷔, 드라마 '내 마음을 뺏어봐'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엽기적인 그녀' 전까지 드라마 '해피투게더'와 영화 '화이트 발렌타인', '시월애'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 경험을 쌓았지만 연기력보다는 맑은 미모에 더 포커스가 맞춰지는 면이 있었다. 그러나 '엽기적인 그녀'에서 새롭고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비로소 연기력을 제대로 인정받게 됐다. 이후 충무로 러브콜 1순위로 부상해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지만 '엽기적인 그녀'의 기억을 지울 새로운 매력이 아쉽다는 반응들이 따랐다.
그리고 상당 기간 국내 작품을 쉬면서 CF 속 이미지로만 머물던 전지현은 2012년 천만영화 '도둑들'과 지난해 '베를린'을 통해 배우로서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두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세월의 흔적과 축적된 내공을 고스란히 안은 연기를 선보인 그에게 대중은 다시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이어 14년 만에 안방 컴백작으로 선택한 '별그대'에서 '엽기적인 그녀'와 '도둑들'을 잇는 매력적이면서도 독특한 캐릭터 천송이를 열연, 건재를 과시하는 중이다.
사실 이번 드라마 속 천송이 역은 13년 전부터 꾸준히 그의 대표작으로 꼽혀온 '엽기적인 그녀' 속 '그녀' 캐릭터와 궤를 같이 하는 느낌이다. '도둑들' 속 캐릭터에서도 비슷한 매력이 포착된다. 남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허당 기질, 어딘가 부족한 듯 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 하지만 이 모든 '결핍'을 용서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미모를 갖췄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지만 엄연히 다른 캐릭터로 살아나고 있는 건 전지현의 물오른 연기력 때문이다. 그는 세월을 보내며 더 성숙해졌고 깊어졌고 더 처절해졌다.
이제 전지현의 대표작은 '엽기적인 그녀'에서 '별그대'로 넘어가게 될까.
issu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