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레전드, 훈련서도 승부욕!..."존박은 내가 맡는다"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4.01.03 19: 22

"승부욕이 솟구친다."
처음에는 어정쩡했다. 던지는 슛은 골문을 외면했고 뛰는 모습도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이내 서서히 기량을 발휘되기 시작됐다. 차츰 예전 모습이 엿보였다. 여자프로농구(WKBL) 은퇴 선수들이 모처럼 몸을 풀었다. 하지만 왜 '레전드'라는 칭호가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3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는 WKBL 레전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팀(삼성생명) 사정으로 불참한 박정은을 제외하더라도 전주원, 정은순, 유영주, 장선형, 천은숙, 정선민, 김지윤, 권은정, 박선영, 김은혜, 김나연, 이종애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얼굴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오는 5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펼쳐지는 WKBL 올스타전을 위해서다. 'W레전드로' 명명된 이들은 오후 12시 40분 시작하는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팀과의 오프닝 경기에서 승부를 가린다. 전후반 12분으로 펼쳐지는 진짜 경기로 올스타전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유니폼을 갈아입으면서도 수다에 정신이 없던 레전드들. 서로 오랜만에 인사를 주고 받으며 웃음꽃을 피우기 정신 없었다. 과연 경기가 제대로 될까. "10개월 동안 한 번도 뛰지 못했는데 당연히 잘될 리 없다"며 전 국가대표 코치 정선민이 너스레를 떨었지만 모두 스트레칭부터 선수시절 못지 않은 유연함을 선보여 지켜보는 취재진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코트를 힘겹게 몇바퀴 돈 W레전드들은 이내 양팀으로 나눠 10분간 몸풀기 게임에 돌입했다. 제대로 뛰지 못했다. 땀은 비오듯 했고 '헉헉' 대며 곧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아예 백코트가 되지 않은 것은 물론 과거 3점 귀재로 불리던 유영주, 천은숙의 어이없는 슛, 몸싸움에서 밀리는 정은순의 모습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하지만 중반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차츰 손발이 맞기 시작했다. 양팀 가드 유영주와 김지윤의 패스가 살아났고 이종애-장선형, 정은순-정선민의 포스트 움직임이 무게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잠시 휴식 후 가진 가상 우리동네 예체능팀과의 대결에서는 "김혁 맡어. 우지원은 냅두고 골밑으로 붙어. 줄리엔강은 더블팀. 박진영은 없으니까 그냥 쏘게 냅둬. 존박도 괜찮아" 등 상대 이미지를 그려가며 포메이션을 맞춰갔다.
2시간여의 훈련이 끝난 후 이곳저곳에서 죽는 소리가 났다.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오고 뒷허벅지가 서는 느낌이다"는 전주원, "이러다 근육 뭉쳐서 모레 올스타전에는 못뛰겠다"는 유영주, "잘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다리 후달거린다"는 정은순 등 모두 고개를 절래절래.
그런데 막상 올스타전 각오를 물으니 달랐다. 정선민은 "우지원 선배님과 매치업을 한 번 해보면 영광이겠다"고 경쟁심을 숨기지 않았고, 정은순은 "여자농구에 빅맨이 없어 팬들이 많이 아쉬운 것 같다. 팬들에게 하루라도 그 아쉬움을 채워드리고 싶다"는 굳은 각오를 밝혔다. 김지윤은 "승부욕이 생길 것 같다. 지면 열 받을 것"이라고 했고 유영주 역시 "승부욕 하나로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다. 최선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레전드의 사령탑을 맡은 윤정노 어머니농구회장과 조문주 WKBL 선수복지위원장 역시 "말은 다들 아프다고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잘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유영주는 마지막 단체사진을 찍으면서도 "존박은 내가 맡는다"고 부르짖어 웃음을 자아냈지만 그 속에 담긴 승부욕 만큼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편 이날 W레전드는 올스타 경기 중 펼쳐지는 '하나투어와 함께하는 사랑의 하프라인슛'에 출전할 선수 4명도 선발했다. 선발전 결과 김나영, 정은순, 이종애, 전주원이 뽑혔다. 이들은 하프라인슛 성공 개수 당 50만원을 적립해 경기 종료 후 춘천 지역 소외 계층에게 기부하는 행사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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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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