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안 통해 고독한 아저씨 김광규의 로마 여행기가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웃픈'(웃기고 슬픈) 감정을 자아냈다.
김광규는 3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지난 주에 이어 로마 여행 2일차 여행길에 올랐다.
지난 방송에서 개똥을 밟거나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홀로 떠난 둘째 날 여행에서도 비슷한 어려움들을 겪었다. 그럼에도 꿈에서나 그려왔던 로마의 여러 풍경들은 그에게 즐거움을 줬다.

김광규는 "로마에 온 목적"이라던 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 보며 즐거워했다. 콜로세움으로 가는 길에는 영화 '벤허'에 나온 대전차 경기자 위를 질주하며 자유로움을 마음껏 만끽했다.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이 없어도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부탁을 하거나 그도 어려울 경우엔 셀카를 찍었다.
첫째 날과 같이 의상소통이 김광규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유일한 요소였다. 그는 테르미니 역의 발음을 잘 하지 못해 '테르미' 역이라 부르거나 화장실을 묻기 위해 더블유 씨(W.C)와 레스트룸(restroom), 토일렛(toilet) 등 알고 있는 단어를 다 말해야했다.
뿐만 아니라 주문을 할 때는 웨이터와의 동문서답으로 큰 웃음을 안겼다. 무사히 토마토 스파게티를 시킨 김광규의 어려움은 물을 주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웨이터에게 "워터"라며 물을 요구했고, 웨이터는 다시 그냥 물을 마실 것인지 탄산수를 마실 것인지 되물었다. 그러나 이를 알아듣지 못한 김광규는 워터를 반복했고, 결국 탄산수를 마시게 됐다.
인터뷰 영상에서 그는 "여기는 물을 달라 하면 탄산수를 준다. 나는 생수가 좋다. 탄산수는 소화가 안된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김광규는 밋밋한 스파게티 맛에 피클을 요구했지만, "오이"라는 그의 한국말에 웨이터는 올리브 오일을 갖다줬다. 또 그는 "디저트"를 요구했지만, 웨이터는 다시 이를 알아듣지 못하고 "리조또" 메뉴를 갖다줘 민망한 상황이 연이여 연출됐다.
그러나 김광규는 용감하고 씩씩했다. 역에서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 모를 때는 사람들이 많이 나가는 쪽을 따라갔고, 말이 되든 안 되든 일단 부딪히고 봤다. "그냥 사진을 보여주면 된다"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말하기도 했다. 옷 위에 전대를 찬 채 연예인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에 가까운 그의 여행 패션은 여느 때보다 친근해 웃음을 줬다.
이토록 씩씩한 김광규도 하루의 마지막엔 고독함을 느꼈다. 길 위에서 우연히 듣게 된 구슬픈 음악 때문이었다. 그는 "음악이 예사롭지 않았다. 굉장히 센치해지려고 하는데 불을 질렀다. 그 음악 듣는 순간 나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또 "여행은 누군가와 함께 가야 재미있는게 아닐까?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꼈다. 이 쓸슬함의 끝은 어디인가"라고 쓸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광규는 이번 여행을 통해 홀로 하는 여행의 즐거움과 고독함을 동시에 선보였다. 어쩐지 연민을 자아내는 아저씨의 모습은 재미를 주는 동시에 안쓰러움도 자아냈다. 김광규가 앞으로 남은 시간 무사히 로마 여행을 끝낼 수 있을까? 앞으로의 방송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무지개 회원들의 연말 시상식 풍경과 최초의 외국인 회원 프랑스인 모델 겸 배우 파비앙의 일상이 더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전파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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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