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WKBL)에 부활한 용병제도를 레전드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WKBL의 외국인 선수 제도는 지난 2012-2013시즌 5년 만에 재도입됐다. 2007년 겨울리그를 끝으로 폐지됐지만 부활했고 올 시즌에는 2명 보유 쿼터당 1명 출전으로 좀더 확대됐다.

3일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서는 WKBL 레전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팀(삼성생명) 사정으로 불참한 박정은을 제외하더라도 전주원, 정은순, 유영주, 장선형, 천은숙, 정선민, 김지윤, 권은정, 박선영, 김은혜, 김나연, 이종애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얼굴들이다.
'W 레전드'로 이름이 붙여진 이들은 오는 5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펼쳐지는 WKBL 올스타전에 나설 예정이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팀과의 오프닝 경기를 위해 이례적으로 훈련에 나선 것이다. W 레전들은 그동안 쌓아온 업적 만큼이나 외국인 제도를 가장 현실적이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농구인들이기도 했다.
이에 작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끝난 제25회 아시아농구연맹(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 위성우 대표팀 감독을 보좌했던 정선민 코치는 "용병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국내 선수들이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애를 쓰고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용병에 대한 의존이 높아 상대적으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표팀 센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은순 KBS N 해설위원도 "빅밴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정 위원은 "해설을 하면서도 센터가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헤쳐나갈 수 없는 부분이다"면서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 농구의 인기나 관심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이런 식으로는 쉽지 않다"고 씁쓸해 했다.
윤정노 감독과 함께 WKBL 레전드를 이끌고 있는 조문주 코치(WKBL 선수복지위원장)는 용병 제도를 좀더 심각하게 봤다. 한국 대표팀 센터 계보를 이어온 조 코치는 "요즘 중·고교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심각하다. 키가 크고 장신이라고 하더라도 센터로 키울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센터 한 명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 몸싸움, 자리잡기, 스크린, 리바운드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소년들은 결국 프로무대라는 최종적으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센터를 센터답게 키우지 못한다. 용병들이 있다는 생각에 센터라도 외곽슛을 던지고 있다"는 조 코치는 "이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토종 정통 대표팀 센터가 설 수 없다"면서 "일본의 경우만 봐도 도카시키 라무와 같은 어린 선수가 센터로 확고한 자리를 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은 작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끝난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에 완패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히 실수해서 패한 경기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WKBL 내부에서도 귀화선수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최소 5년 이상은 걸려야 대표팀 센터가 될 수 있다. 이에 조 코치는 "농구는 센터가 든든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4명의 선수들이 심적으로 안심, 외곽에서 마음 놓고 던질 수 있다. 넣지 못하더라도 안에서 잡아 줄 것이라는 생각들을 밑에 깔아두고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영주 KDB생명 코치는 다른 시각이었다. "초창기 외국인들은 WNBA에서 뛰던 최고 클래스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선수들의 기량도 많이 올라와 외국인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남자농구보다 여자농구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국가대표 출전 문제도 있지만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서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개인기를 배워 비시즌 동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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