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달라지는 점은 각팀마다 외국인 타자가 한 명씩 생긴다는 것이다.
올해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가 한 명씩 늘어나면서 9개 구단은 모두 외국인 타자 한 명씩을 뽑았거나 뽑을 예정이다. 대부분 30만 달러(약 3억2천만 원)의 금액을 받고 입단하는데 국내 선수들의 연봉과 비교하면 확실히 주전 한 자리씩을 꿰찰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타자들의 역할은 이제 그 자리에서 잘 해주느냐 아니냐에 달려있으나 그 뒤의 피해자가 있으니 바로 그 포지션에서 밀려난 기존의 국내 선수들이다. 물론 좋은 성적을 냈다면 자리를 내주지 않았겠지만 외국인 선수와 경쟁해보지 못하고 물러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의 피해자는 외국인이 한 명씩 더 엔트리에 추가되면서 보유 한도가 26명인 1군에 들어갈 가능성을 놓친 선수들이다. 1,2군을 오가는 선수들 가운데도 대주자나 대수비 등으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은 안정적인 출장을 보장받지 못하는 만큼 엔트리가 차면 가장 먼저 2군행을 통보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꾸준히 구단들에게 1군 엔트리 한도 증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단들의 반대로 1군 엔트리 증가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KBO 관계자는 지난 3일 "1군 엔트리에 관련된 내용은 진행되고 있는 것이 없다. 당분간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몸값을 받는 외국인 타자들이 들어오면서 국내 프로야구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만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궁극적으로 발전하는 길은 국내 선수들의 전체적인 발전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주전 뿐 아니라 비주전 선수들에게도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당장은 외국인들의 힘있는 야구가 재미있을 지라도, 그로 인해 기회를 받지 못하고 크지 못하는 선수가 생긴다면 장기적으로는 프로야구 발전 계기를 놓치는 셈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1군 엔트리 한도가 25명이지만 외국인 선수라는 개념이 아예 없다.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일본 프로야구는 외국인 보유 한도는 따로 없지만 1군 등록 한도가 4명이고 1군 엔트리는 28명이다. 일본에 비하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가 국내 선수를 한 명 더 기용할 수 있으나 계속해서 외국인 4명을 고려해 선수를 선발한 것과 갑자기 외국인 한 명씩이 일괄적으로 추가된 상황은 다르다.
한 야구인은 "외국인 선수가 들어오면서 팬들은 야구가 재미있어지겠지만 비주전 선수들에게는 야구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냉철하게 말해 프로야구 세계에서는 경쟁에서 도태되는 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팀에 새 주전 선수가 무조건 한 명씩 늘어난다면 1군 엔트리도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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