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 365] LG와 롯데, 중국인에 밀려(?) 미국행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4.01.04 07: 29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단골 스프링캠프였던 사이판을 떠나 미국 본토인 애리조나로 향하게 됐습니다. 양 구단은 수년간 서태평양의 미국령 사이판에서 1차 전지훈련을 갖고 일본으로 옮겨 실전 위주의 스프링캠프를 이어갔지만 올해는 1월 15일 애리조나 피닉스로 출국해 1차 전지훈련을 실시하게 됐습니다.
 2월 중순부터는 이전처럼 일본에서 2차 전지훈련을 가집니다. 롯데는 일부 베테랑 투수들만 애리조나 대신 사이판에서 훈련키로 했습니다.
LG와 롯데가 사이판에서 전격적으로 미국 애리조나로 캠프를 옮긴 데에는 훈련장 여건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습니다. 사이판은 야구장이 하나만 있을 뿐 보조구장이 부족해 한꺼번에 여러 가지 훈련을 가질 수 없었습니다. 또 땅도 고르지 않아 그라운드 상태도 나빠 부상의 위험성도 높았습니다.

반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사용하는 구장으로 최상의 훈련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메인 구장은 물론 보조구장이 5~6개, 실내연습구장 등 최상의 훈련 환경입니다.
하지만 사이판에 비해 비행시간도 길고 시차도 많아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습니다. 전훈지에 도착해서 며칠,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와서 며칠 등 시차 적응에 시간을 보내야합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롯데와 LG가 애리조나로 갈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사이판이 1월말 설날 연휴 기간에 숙박시설 예약이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설날 연휴 사이판 숙소난은 지난해부터 가중됐습니다. 숙소난의 주원인은 확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은 설날을 전후한 춘절 명절에 보통 한 달 가량의 휴가를 가지는데 경제력이 좋아지면서 해외로 단체 여행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이판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여행지가 되면서 사이판 호텔들은 만원예약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됐습니다.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사이판의 거의 모든 특급 호텔들의 방값도 덩달아 올라갔고 예약하기가 힘들게 됐습니다. 국내 구단이 줄곧 이용하던 호텔에서는 이전보다 2배 이상의 높은 숙박료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1년전 선불을 요구했다는 후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구단들로선 대체지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거죠. 전지훈련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숙박료가 2배 이상 소요되는데다 예약마저 어렵게 되니 야구장은 어렵게 확보했어도 사이판으로 가지 못하게 된 겁니다. 
지난 해 사이판 전지훈련 취재를 갈 때 깜짝 놀란 일화가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사이판행을 탔는데 한국인은 눈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반면 대부분의 승객이 중국인들이어서 놀랐습니다. 대개 가족단위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공항에서 대거 환승한 것입니다. 마치 중국 비행기를 탄 느낌이었습니다.  
롯데와 LG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옮긴 이유 중 하나는 엄청나게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야구단들이 많이 찾는 2차 전훈지인 일본 오키나와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밀려 들어오면 야구단들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사이판 관광 겸 좋아하는 선수들의 그을린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았던 양 구단 팬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LG와 롯데의 지난해 사이판 전훈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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