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엔 홀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거나 가족들과 외출을 해도 불편함이 없던 배우가 있었다. 스크린을 통해서 개성 넘치고 인상 깊은 악역으로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분장을 지우고 나면 알아보는 이가 없던 배우다. 하지만 드라마 한편으로 인생과 일상이 크게 달라졌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출연한 삼천포 김성균의 얘기다.
김성균이 4일 오후 시청률 공약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해태 역의 손호준과 함께 서울 명동을 시작으로 신촌, 홍대에 이어 강남역까지 순회했다. 드라마 속 복고 패션 그대로 시민들 앞에 선 김성균은 난생 처음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응답하라 1994' 인기가 장난이 아닌 건 알았지만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무명에 가까웠던 김성균은 이날 거리에서 상상 이상의 호응을 받았고 달라진 위상을 직접 확인했다.
뿐만 아니다. 김성균은 이미 '응답하라 1994' 첫 방송이 나간 후부터 다양한 CF 러브콜을 받았고 이제껏 경험한 적 없는 패션지와의 화보 촬영도 했다. 영화 속에서 늘 얼굴에 깊은 흉터를 그리고 무시무시한 연장을 손에 들고 살기 어린 눈빛을 치켜뜨던 그는 '삼천포' 캐릭터 하나로 전혀 다른 인물이 됐다. 촌스럽고 순박한 경상도 사나이, 절절한 순애보가 뚝배기 같은 삼천포를 열연하며 과감한 변신에 성공했고 일생일대의 인기도 얻었다.

TV를 틀면 통신, 피자, 가구 등 다양한 광고에서 삼천포를 만나는 일이 어렵지 않은 요즘이다. 또 드라마와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차기작 제안들이 김성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응답하라 1994'에 대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이날 이벤트에서는 순식간에 수백 명의 팬들이 몰려 현장이 통제 불능에 빠지기도 했다. 삼천포 김성균을 향한 팬들의 지지와 응원은 심상치 않다.

'응답하라 1994' 제작진 한 관계자는 최근 "지난 여름 삼천포의 상경 장면을 촬영할 때만 해도 신촌 한복판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없어 촬영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던 기억이 난다"며 "그런데 드라마가 방송을 시작하면서부터 촬영할 때마다 김성균을 보기 위해 달려드는 팬들 때문에 곤란한 적이 많았다. 순식간에 달라진 그의 위치를 실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범죄와의 전쟁', '박수건달', '이웃사람', '화이' 등을 통해 거친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김성균은 지금 드라마 한편으로 '포블리'란 애칭까지 얻으며 친근한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는 결국 그의 탁월한 연기력 때문에 가능했던 성공. 포블리의 다음 변신이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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