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자매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를 패러디했다. 가상 상황에 놓인 멤버들의 당황스러운 순간을 포착해서 웃음을 안기는 ‘IF 만약에’ 특집에서 노홍철과 길이 각각 가상 결혼과 가상 데이트를 한 것. ‘우리 결혼했어요’보다 코미디 요소가 강했지만, 기대 안했던 진심이 툭툭 드러나기도 하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무한도전’은 4일 방송에서 ‘IF 만약에’ 특집으로 ‘만약에 상상으로만 꿈꿔왔던 일들이 현실에서 이뤄진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황을 꾸몄다. 멤버들은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을 만드는 설정의 영화 ‘맨인블랙’ 주인공들처럼 분했다.
가상의 현실을 설정한 후 이에 따라 멤버들의 달라진 상황을 통해 재미를 안기는 것. 멤버들은 룰렛을 돌려 적어놓은 가상 설정에 따라 연기를 해야 했다. 그 결과 정형돈이 적은 ‘총각 멤버들이 결혼을 했다면(송은이, 김숙이 아내), 멤버들이 데뷔 때 작품을 했다면’이 선택됐다. 또한 박명수의 ‘내가 국민 MC였다면’, ‘내가 죽었다면’이라는 상황에도 놓였다.

일단 이날 방송은 가상 결혼과 가상 데이트에 집중했다. 노홍철은 꼼짝 없이 모델 장윤주와 가상 결혼을 해야 했다. 길은 송은숙, 김숙과 데이트를 한 후 선택을 해야 했다. 당사자는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멤버들은 재밌는 상황에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장시간에 걸쳐 친밀해지는 과정을 담았다면 ‘무한도전’ 가상 결혼과 데이트는 코미디 요소가 입혀진 까닭에 다소 빠르고 작위적으로 펼쳐졌다. 때문에 공감과 몰입보다는 웃음이 많이 터질 것이라는 예측이 들었다.
그런데 의외의 순간이 펼쳐졌다. 웃음기 가득했던 멤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지해진 것. 특히 결혼 적령기인 노홍철과 장윤주는 서로 어색해하면서도 어떻게든 상황에 몰입하려고 하다보니 기대 안했던 진심이 드러났다. ‘무한도전’이기에, 더욱이 앞서 이미 방송된 ‘우리 결혼했어요’를 패러디했기에 진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노홍철은 순정남의 모습을 드러내며 장윤주의 당돌한 애정공세에 어쩔 줄 몰라했다. 화장에도 감춰지지 않은 홍당무 얼굴은 노홍철의 순도 100% 매력을 알 수 있게 했다. 장윤주 역시 시종일관 진지하게 임해 노홍철과의 놀라운 호흡을 보여줬다. 분명히 가상이고 상황극인데 묘하게 어울리는 두 남녀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다소 방정 맞고 주책스러운 기대지만 실제 연인이 되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거셌다.
물론 연상연하 길과 송은이는 진심보다는 웃음이 주가 됐다. 길과 송은이는 어떻게든 몰입하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코미디 본능을 숨기지 못했다. 노홍철과 장윤주 커플에 비해 상황극이라는 설정이 티가 많이 났다. 그래도 어색해하면서도 어떻게든 커플로 보이려고 노력하는 길과 송은이의 노력은 웃음을 안겼다. 특히 송은이와 절친한 유재석이 난입해 유재석, 김한석과 뽀뽀했다고 폭로하며 시청자들에게 폭풍 웃음을 안겼다.
이날 ‘무한도전’은 노홍철과 길의 가상결혼, 데이트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단순한 패러디로 여겨졌던 ‘IF 만약에’가 마치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가상과 현실을 순조롭게 오고 간 가운데, 커플들의 애정행각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것. 제작진은 말도 안되는 가상 상황에 진지하게 인터뷰를 넣어 웃음을 배가시켰다. 또한 멤버들의 숨겨진 진심도 알 수 있어 예상 외로 가상 설정에 몰입하게 되는 효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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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