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의 첫 페이지가 펼쳐졌다. 여말선초, 혼란의 시대 중심에 선 정도전(조재현 분)이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4일 방송된 KBS 1TV 새 대하드라마 '정도전' 1회에서는 노국공주 영전을 건설하며 정사와 민심은 뒤로한 공민왕(김명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곳곳에서는 민란이 일어났고, 정도전은 더는 이를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도전은 "하늘은 오래전에 고려를 버렸다. 길고 길었던 방황을 지금 여기서 끝낸다"며 이성계(유동근 분)를 찾아 "이 자와 함께 고려를 무너뜨릴 것이다. 이 자와 함께 난세를 끝내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썩은 나라의 기득권은 어느 때보다 막강했다. 부정한 관료로 대표되는 권문세족 상징격인 이인임(박영규 분)은 공민왕이 혼란스러운 틈을 타 권력을 쥐고 흔들며 정도전의 싹을 자르려했다.
이 과정에서 '정도전'은 노국공주 영전, 화려한 연회, 쓰러져가는 민초, 공민왕의 혼란스러움과 정도전의 분노, 이성계의 결심에 찬 눈빛 등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며 슬픔이 가득한 고려말의 시대 분위기를 전했다.
또 웅장한 규모의 세트와 강렬한 색감의 고려 시대 복색이 화려하게 수 놓은 화면 안에서 쫄깃하게 주고받은 명품 배우들의 팽팽한 대립은 긴장감이 한시도 셀 틈 없는 완벽한 합을 만들어냈다.
한편 ‘정도전’은 단순한 킹메이커가 아닌 ‘조선’이라는 나라를 통해 신(新) 문명을 기획한 남자 정도전을 중심으로, 여말선초 격동의 시기에 조선을 건국하려는 사람들과 고려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담은 고품격 정치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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