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결혼한 여자'의 당돌한 자매 이지아와 엄지원이 다른 듯 닮아있는 사랑법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 16회에서는 남편과 이혼을 선언한 뒤 첫번째 남편 정태원(송창의 분)을 떠올리는 오은수(이지아 분)와 오랜 시간 짝사랑해왔던 절친 안광모(조한선 분)로부터 뜨거운 구애를 받는 오현수(엄지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오은수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 전 남편이었던 정태원을 언급했다. 그는 엄마 순심(오미연 분)에게 "슬기 아빠는 4년을 견뎠는데 나 이 사람은 사랑 안 하는 것 같다"며 "슬기 아빠였다면 생각 하니까, 물어 뜯고 할퀴고 꼬집으면서도 안 산다는 말은 안 했을 것 같다. 그래도 그냥 살았을 것 같다. 할머니 때문에 포기하지 말았어야 하나. 재혼 같은 거 안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미련을 드러냈다.

또 "사실 남들 부러워하는 재혼으로 잘나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은연중에 사랑만으로 지금의 남편 준구(하석진 분)와 재혼한 것이 아니었음을 밝혔다.
오은수가 전 남편과의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동안 오현수는 오랜 친구이자 짝사랑 상대였던 안광모의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구애를 받아내고 있었다. 이미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사이, 그러나 오현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십년간 절친한 친구였던 박주하(서영희 분)와 안광모가 결혼까지 하려 했던 사이임을 알기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했다. 셋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굳이 자신을 먼저 챙겨주는 안광모의 모습에 박주하의 눈치를 보고, 자신을 포옹하며 "사랑한다. 진심이다"라고 고백하는 남자를 떼어내 버릴 수 밖에 없는 내적인 갈등은 오현수의 마음을 더욱 복잡하게 했다.
얼핏 겉으로만 보면 오은수와 오현수는 전혀 다른 방식의 사랑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여성스러워 보여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이혼 후 곧 재혼을 하며 적극적인 연애로 삶을 꾸려온 오은수와 한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십수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에도 그 마음을 모질게 버리지 못한 채 현상유지를 해 온 오현수의 삶은 천양지차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법이 닮았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래된,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알아주는 남자들에게 흘러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점, 가로막힌 현실 앞에서 어떻게든 기울어 지는 마음을 접고 현실에 적응하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오은수는 정태원 어머니의 지독한 시집살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정태원과 헤어져야 했다. 현실적인 그는 두 번째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곧 남편의 외도를 접하게 됐고 더 불행해졌다. 자신이 그다지 남편을 사랑하고 있지 않는 것을 알았고, 전 남편을 더 사랑해왔던 것을 알지만 예고편에 의하면 그는 곧 다시 시댁으로 들어가 현실에 적응해보려 노력을 하게 된다. 오현수는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친구에게 구애를 받게 됐지만, 절친과의 우정 때문에 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닫으려 노력한다.
이래저래 답답하게 살고 있는 두 자매가 사랑 앞에 웃게 될 날은 오게 될까? 각기 자신만을 사랑해 주는 소울 메이트들과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더불어 다른 듯 닮아있는 자매의 모습이 드라마의 주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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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결혼하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