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정도전' 첫방, '기황후' 일침 이유 있었다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4.01.05 07: 52

MBC 사극 '기황후'를 공개적으로 겨냥한 KBS 1TV 새 대하드라마 '정도전'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정도전'에서는 여말선초, 혼란의 시대에 등장한 정도전(조재현 분)의 발걸음을 따라 부패한 권문세족의 상징 이인임(박영규 분), 정사를 뒤로한 공민왕(김명수 분), 정도전의 손을 잡은 이성계(유동근 분) 등과 민초들의 처절한 삶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정통 사극을 표방한 '정도전'은 정도전을 중심으로 고려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조선을 건국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시동을 걸며 웅장한 스케일과 강렬한 색감의 고려 시대 복색, 또 등장인물들의 팽팽한 대립 구도 등이 역사책을 한줄씩 읽어 내려가듯 쉽고 자연스럽게 그려지며 흡인력을 발휘했다.

또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처럼, 망조가 든 고려에서 혁명의 길을 걷는 정도전의 발자취를 최대한 왜곡 없이 담아내려는 작가의 노력은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 위에서 지루할 틈없이 입체적으로 펼쳐져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는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자극적인 소재와 역사를 왜곡한 설정 없이, 역사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첫 회부터 '정도전'만의 이유있는 당당한 기세를 보여준 셈이다.
앞서 '정도전' 제작발표회에서 KBS 장성환 TV본부장이 "최근 국사가 교과과정에서 선택과목으로 전락했다. 방송에서는 허구가 사실을 왜곡한 픽션 사극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기황후'를 언급, "KBS 공영방송 대하드라마는 사실이 기반돼야 하고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통 사극을 제작했다"고 말한 자신감의 근거로 눈길을 끈다.
'기황후'는 영웅적으로 다뤄지는 고려 여인 기황후가 실은 고려와 원나라 사이에서 고려 통치권을 뒤흔들기도 했다는 점과 자주적인 고려 왕으로 그려지기로 했던 충혜왕이 사실은 패륜을 저지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던 것. 이에 '기황후' 제작진은 충혜왕을 가상 왕인 왕유로 변경하고 '기황후'를 실제와 허구를 섞은 '팩션'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도전' 출연진들은 입을 모아 역사의식 부재를 꼬집으며 정통 사극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제작진은 "역사에 최대한 충실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2년 여의 준비기간을 걸쳐 탄생한 KBS의 야심작 '정도전'이 첫방송에서 이끌어냈던 호평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한편 ‘정도전’은 단순한 킹메이커가 아닌 ‘조선’이라는 나라를 통해 신(新) 문명을 기획한 남자 정도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고품격 정치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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