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지현은 그야말로 '망가져야 사는 여자'다.
1997년 데뷔한 그의 연기 필모그래피에서 터닝 포닝트가 된 작품들은 전부 그가 외모와는 다른 반전 매력으로 어필한 것들이었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 그리고 2012년 '도둑들'.
그 중간 중간 공포영화의 무거운 히로인이 됐던 영화 '4인용 식탁', 화장기 없는 PD로 변신했던 영화 '슈퍼맨이 된 사나이'도 있지만 대중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엽기적인 그녀' 가 전지현 신드롬을 일으켰다면 '도둑들'은 그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게 해 준 작품이다. 두 작품에서 모두 그녀는 소위 망가졌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외모와는 달리 발랄-엉뚱을 넘어 과격, 엽기적이었고, 찰진 '상욕'을 하며 남자들을 제압했다. 그러면서도 외모에서는 한 결 흐트러짐이 없다는 것이 포인트.
이어 14년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했다. 사실 그가 안방극장 컴백으로 선택한 천송이란 캐릭터는 '도둑들'과 어느 정도 이어지는 이미지임은 부정할 수 없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는 '도둑들' 속 예니콜과 많은 부분 닮아있다. 자기애가 강하고 그만큼 자존심이 세다. 남자들의 선망이 될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에 도도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알고보면 푼수끼가 넘친다. 허당인 면도 있고 자신의 겉과 안이 다름을 솔직하게 인정해 매력적인 스타일이다.
이런 전지현의 반전 매력 속에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코믹함을 발견하면 호감도가 상승하는 것처럼 전지현 역시 그렇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따귀 게임을 하며 차태현을 괴롭힐 때도 관객들은 웃었고, '도둑들'에서 그가 김혜수와 기 싸움을 하며 찰진 욕설을 내뱉을 때 폭소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개그맨 정형돈의 랩을 따라하는가 하면 프로폴리스를 프로포폴로 아는 무지함에서도 떳떳해 웃음을 유발한다.
분명 얄미운 구석이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캐릭터들이다. 전지현이 연기하는 이 인물들은 대중에게 통쾌함이나 시원함을 안기기도 한다. 최근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천송이가 CF 쪽에서는 일방적인 계약 취소를 당하고 주연으로 출연 중인 드라마에서는 유학을 간 것으로 변경되는 등 소위 '까임'을 당하는 상황이 왔다. 이에 천송이는 "그 화장품 광고 안 찍어. 내가 써 보니까 피부가 당겨. 나 그런거 못 찍어. 내가 깐거야"라고 자존심을 내세웠으며 드라마 촬영장에서도 "대본이 안 좋아. 내가 깐 거야"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중은 톱스타 전지현에게 실제 이런 모습을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이런 작품들을 보면 전지현에게는 남을 웃게 만드는 것을 즐기는 코믹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망가짐으로써 대중과 좀 더 소통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적으로는 어느 덧 진부함과 이른바 타의 추종을 허하지 않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사이에 왔다.
'엽기녀-'도둑들'- '별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에서 배우 전지현의 변화의 폭이 예상가능 하다는 반응. 반면 이런 종류의 캐릭터에 전매특허 전지현표 반전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둘 중 어디에 무게가 쏠릴 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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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