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경기시간 단축을 위해 강화된 투수들의 보크 규정을 적용키로 하고 머리쪽 빈볼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유일한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규칙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12일 KBO 회의실에서 개최된 야구규칙과 대회요강에 관련한 심의결과를 1월 3일 확정하여 발표했습니다. 주요 변경 사항은 ‘직구 헤드샷 퇴장’과 ‘1,3루 페이크 견제 보크 선언’입니다. 바뀌는 보크룰 변경의 핵심은 ‘경기의 스피드 업’입니다.
1‧3루 견제하는 동작만을 취하고 실제로는 송구를 하지 않는 이른바 ‘페이크 견제’가 보크로 판정됩니다.

이닝 도중 투수 교체시간은 기록원 통보시점부터 2분 45초이며 전광판에 교체시간을 표시키로 했습니다.
주심은 2분30초가 경과된 시점에 정해진 연습투구가 되지 않았어도 연습투구는 마지막 1개의 지시를 내립니다.
메이저리그는 주자가 1, 3루에 있을 때 투수가 견제 동작을 취하면서 1루나 3루를 향해 던지는 시늉만 하더라도 넘어갔으나 지난 해부터 투수가 1루주자나 3루주자 한명이라도 견제하는 동작을 취하고 던지지 않으면 경기시간을 지연 시키는 요소가 있다 하여 보크를 선언하기로 했는데 우리도 이 규정을 도입한 것입니다.
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은 “이닝 도중 투수 교체 시간의 기준이 애매해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 올라온 시간부터 규정해야 할지 불펜에서부터 공을 던지는 것을 시간으로 제한해야 할지 등 정확한 시점을 두고 논란이 많았고 그래서 경기가 계속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지난 해 정규시즌의 경기당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0분이 걸려 2012년의 3시간 11분보다 9분이나 더 소요됐으며 역대 가장 길었던 2009년의 3시간 22분에 육박했습니다.
그리고 KBO는 투수가 고의이건 실수이건 투구한 직구(패스트볼)가 타자의 머리에 스치거나 맞으면 무조건 투수를 퇴장 시키기로 했습니다. 머리 근처로 공이 날아오면 주심은 1차 경고를 하고 두번째도 머리 근처로 던지면 퇴장키로 했습니다.
KBO는 2003∼2004년 구종에 상관없이 타자의 머리를 맞히는 투수를 곧바로 퇴장 시킨 적이 있습니다. 직구 뿐만 아니라 변화구도 퇴장 대상이었는데 2003년 10차례, 2004년 24차례 사구 자동 퇴장이 나왔습니다. 적지 않은 숫자의 사구 퇴장이 나오고 고의적이 아닌 경우도 퇴장을 당해. 경기력과 승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인해 현장에서 먼저 투수의 '빈 볼'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고 직구가 아닌 변화구의 경우 고의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늘자 2년 만에 관련 규정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LG 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던진 직구 헤드샷에 삼성 배영섭이 그대로 머리를 맞은 뒤 타자 보호에 대한 여론이 일자 타자 머리 쪽을 향한 직구에 한해 다시 관련 규정을 부활한 것입니다. 앞서 있다가 사라진 규정과 달라진 것은 해당 투구가 ‘직구’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타자 머리 쪽을 맞히면 자동퇴장'은 미국과 일본프로야구는 물론 아마추어 국제대회에서도 없는 룰입니다.
이 때문에 야구계 현장에선 '취지는 이해하나 현실감각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직구는 퇴장이고 변화구는 아니라면 싱커는 어떻게 해야 되나?는 반문도 나옵니다.
그리고 "요즘 투수들이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는데, 이런 제도까지 도입되면 더 도망가는 피칭을 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 머리가 아닌 다리를 일부러 맞혀도 퇴장이 아니라면 무릎을 노려 던지는 투수도 나올 수 있습니다. 과거 80~90년대 MBC, 청보-태평양 등에서 활약한 강타자 김바위는 OB의 모 투수가 고의적으로 무릎을 노려 던진 공에 맞아 큰 부상을 입고 제대로 활동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현장 지도자들은 이번 규정에 대해 “국내 투수들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지만 굳이 규정화까지 할 것은 없는 사안 같다”면서 “심판들이 소신껏 판단하면 될 일인데 문제는 외국인 투수들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머리쪽 빈볼 즉각 퇴장이란 규정이 없는 미국이나 일본, 멕시코 등에서 뛰다가 생소한 규정에 적응하려면 힘들 것이고 처음에는 반발하는 투수들도 나올 것입니다. 내년에 새로 한국에서 던질 외국인 투수는 8명이나 돼 각팀마다 이 규정을 적응 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