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이 눈물을 흘린다. 모두 사랑 때문에 눈물을 보였지만, 누군가에겐 사랑의 환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사랑의 상처가 남았다.
지난 5일 오후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남편 준구(하석진 분)의 불륜을 용서하기로 마음 먹고 집으로 돌아온 은수(이지아 분), 광모(조한선 분)로부터 고백을 받는 현수(엄지원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은수는 큰 마음을 먹었다. 두 번 이혼한 여자가 되기는 싫었던 그는 요즘 누구나 다 그렇다는 주변인들의 말을 믿고 남편 준구까지 믿기로 했다. 담담한 척 그렇게 준구에게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고, 순식간에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이 소식에 반기를 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사실 억지로 봉합해놓은 상처였다. 준구의 불륜은 그렇게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한 순간에 잊혀질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저 아무렇지 않은 척 생채기를 꼬매 다 나은 것마냥 행동했을 뿐이었다. 여전히 상처에서는 피가 흘렀고 그럴 때마다 은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 상처는 결국 터져버렸다. 꼭꼭 삼켜두려했던 감정은 준구가 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애정표현을 요구하자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오히려 그 상처는 억지로 봉합한 덕분에 더 덧나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은수는 자신을 힐난하는 준구에게 "나는 여전히 나다. 변한 건 당신이고 배신한 것도 당신이다"며 "가죽만 웃고 있는 것도 죽어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픈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준구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현수의 눈물을 달랐다. 그는 15년 만에 이뤄진 짝사랑의 기쁨과 서글펐던 15년간의 자신을 생각하며 울었다. 엇갈린 두 여인의 눈물이었다.
15년 짝사랑녀 현수는 광모의 돌직구로 그동안의 세월을 보상받았다. 광모는 "내 인생에 이제 너말고 여자는 절대 없기로 결심했다. 너에게만 너 하나한테만 내 모든 것을 바칠 거다"고 고백했다. 사실 현수는 망설였다. 그는 "그냥 전처럼 지내라. 주하 등 뒤에서 그런 거 하기 싫다"며 잘라냈다. 그가 광모의 마음을 받아준다면 그는 친구 주하(서영희 분)의 전 남자와 마음을 나누는 격이었다. 그럼에도 현수는 숨기지 못했다. 짝사랑이 인고의 시간을 지나 열매를 맺는 기쁨을 말이다.
현수는 보다 솔직해지기로 했다. 그는 광모에게 "네가 그렇게 나와준 게 좋다. 그런데 한편 네가 뭔데 15년이나 걸려 그 소리를 듣나"며 "나 얼마나 시시하기에 15년 만에 그 소리를 듣고. 그래도 그게 위안이 된다"고 말하며 울었다. 현수의 눈물이 광모에게 전해지자 광모는 달콤한 키스로 위로 혹은 축복을 건넸다.
이처럼 두 여인의 눈물은 같은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 한없이 자신의 인생을 불행으로 몰고가는 듯한 은수, 그리고 이제야 사랑의 빛을 보기 시작한 현수. 엇갈린 두 여인의 눈물과 인생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만감이 교차하게 만들었다.
이대로 이들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 약하디 약한 두 여자의 눈물이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브라운관에 등장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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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 결혼하는 여자'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