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 선수보다 제가 부담감이 덜하지 않을까요."
김연아(24)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다. 챔피언의 자리에서 수많은 도전자들의 도전을 받는 입장이지만, 여왕의 품격은 흔들림이 없었다. 쫓기는 자의 불안은 그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김연아는 5일 고양 어울림누리 얼음마루 빙상장에서 열린 제68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챔피언십 2014'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서 기술점수(TES) 70.05점 예술점수(PCS) 77.21점을 받아 합계 147.26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80.60점을 더한 227.86점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김연아가 기록한 점수는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228.56점 이후 개인통산 역대 2번째로 높은 점수다. 점프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인 통산 최고점이자 세계기록인 228.56점에 불과 0.7점 뒤진 점수였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인해 전세계적인 '피겨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김연아는 카타리나 비트 이후 26년 만의 여자 싱글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소치 최종 리허설이었던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연기는 100%의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올림픽에 대한 희망을 충분히 보여줬다.
올림픽에서 경쟁자가 없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연아에게 도전장을 내민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24)다. 한 때 동갑내기 라이벌이었으나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이후 격차가 벌어진 두 선수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은반에 서게 됐다.
하지만 김연아는 담담했다. 한 취재진으로부터 아사다에 대한 질문을 받자 김연아는 "이왕 하는 것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는 법이다. 나도 물론 잘하고 싶지만, 그래도 그 선수보다는 내가 부담감이 덜하지 않을까 싶다"며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나는 이미 한 번 경험을 했기 때문에 꼭 (우승을)해야한다는 생각은 없다. 결과적인 부분에 대한 부담은 다른 선수들보다 적은 것 같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 김연아는 "올림픽을 한 번 뛰기도 힘든데 나도 그렇고 그 선수도 그렇고 4년 후에 다시 만나서 재대결하게 됐다. 서로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올림픽 무대 재회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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