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상대로 뛰고 싶지 않다. 설령 골 넣더라도 세리머니는 하지 않을 것."
중국 슈퍼리그로 이적하는 데얀 다미아노비치(33)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고별 기자회견에 참석해 K리그 생활을 마무리하고 중국 무대에 진출하는 소감을 밝혔다.
FC서울에 있어 데얀은 레전드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선수다. 서울에서 6시즌 동안 공격의 핵으로 활약한 데얀은 몰리나와 함께 '데몰리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서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러나 2013 시즌을 마치고 다수의 해외구단에서 데얀에 대한 이적 제의가 들어왔고, 길지 않은 현역 생활을 남겨둔 데얀은 서울을 떠나 중국 슈퍼리그 장쑤 세인티로 이적을 결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 K리그 생활을 자신의 축구인생 최고의 시간으로 꼽은 데얀은, 언젠가 서울을 상대팀으로 만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서울을 상대로 뛰기 정말 싫다.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프로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프로로서 경기에 임할 것이며, 지금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한 데얀은 "골을 넣어도 세리머니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울에 대한 충성심이 유독 특별했던 데얀이다. 데얀은 "서울을 상대로 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고 싶지 않다"며 거듭 고개를 저었다. 언젠가 혹시라도 서울과 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자체가 그에겐 괴로움이었다.
서울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만큼, 그와 함께한 동료들에게도 데얀의 이적 소식은 충격이었다. 데얀은 "이적이 결정되기 전에 루머가 많이 돌았다. 결국 사실이 됐지만, 그 소식을 듣고 한국 친구들이 장난처럼 안 좋은 이야기도 하고 그랬다"며 "팀 동료들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고, 사실이 된 후에도 기뻐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장난도 잘 치고 이야기도 잘 하고 있다. 친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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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