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쳐서 210승. 둘의 전성기는 2000년대 중반으로 비슷했다. NC 오른손 투수 박명환(37)과 손민한(39)이 그렇다. 2004년과 2005년. 박명환과 손민한은 각각 두산과 롯데 시절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면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가운데 박명환과 손민한의 이름이 빠질 수 없었다.
전성기에서 약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박명환과 손민한은 각기 다른 아픔을 겪으면서 방황하기도 했지만 NC에서 기회를 얻었다. 손민한이 지난 시즌 먼저 기회를 잡았고 4년여 만에 복귀한 그라운드였지만 이름값을 해냈다. 5승 6패 9세이브.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팀 기여도도 뛰어났다. 불펜 안정도 그의 몫이었다. 통산 108승 투수 다운 노련함이 돋보였다.
바통을 이어 받아 박명환이 올 시즌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 이후 4년여 만에 1군 등판을 목표로 2014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시즌 직후 NC 유니폼을 입은 박명환은 6일 구단 시무식 후 나눈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전지훈련에 가게 돼 기쁘다”라며 “필요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단 1이닝을 던지더라도 1군 그라운드에 서는 게 목표다”라고 했다.

손민한에 대한 감회는 어떨까. 박명환은 “같은 시대 공을 던졌지만 손민한 선배와 나는 서로 다른 유형의 투수였다”고 전제하면서도 “배울 게 정말 많은 선수다”라고 했다. “포크볼을 뺏고 싶다. 그는 유연하게 던지는 투수다. 무엇보다 제구력을 뺏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랫동안 지켜봤을 때 야구를 잘 할 수밖에 없는 멘탈을 가졌다”고 손민한에 대해 언급했다.
박명환은 손민한이 지난 시즌 보여준 선전에 부담감이 없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1군 등판에 대한 의지가 더 강했다. 보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몸만들기도 마무리 캠프 때부터 60일 이상 해왔다. 이제 전지훈련을 눈앞에 뒀다. 1군 등판을 위한 마지막 훈련열차에 몸을 싣게 됐다.
박명환은 통산 102승 90패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했다. 통산 10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현역 선수로 손민한과 삼성 배영수에 이어 박명환뿐. 100승 투수 박명환에게도 1군 등판은 소중한 목표다. “1군에서 함께 뛸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라고 말하는 박명환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났다. 그의 주무기 슬라이더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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