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따말’ 미치기 직전 김지수는 누가 위로해줍니까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4.01.07 07: 45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남편의 불륜녀에게 치이고 시어머니에게는 무시당하는 김지수를 따뜻하게 위로해줄 사람이 있을까. 한집에 살았던 유일한 피붙이인 박서준마저 이젠 멀리 떨어져서 그에겐 심적으로 기댈 사람이 전혀 없다.
지난 6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 9회분에서는 미경(김지수 분)이 남편 재학(지진희 분)의 외도를 안 후 점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순간순간 폭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내용이 그려졌다.
미경은 그간 깐깐한 시어머니에겐 고분고분한 며느리, 남편에게는 순종적인 아내였지만 재학의 불륜 이후 그의 성격은 180도 변했다. 시어머니에게 반격하고 남편에게 독설을 날린다. 그러나 이런 미경의 변화가 나쁘다고 손가락질 할 수 없다. 미경의 변화는 당연한 모습이었다.

단지 지금 미경의 태도가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건 미경이 그동안 딱히 돌발적인 행동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며느리 또는 아내가 아니었기 때문.
매번 미경을 얄미울 만큼 괴롭혔던 시어머니 추여사(박정수 분)는 미경에게 불닭이 먹고 싶다고 했다. 평소대로라면 미경은 직접 요리했겠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았다. 불닭을 배달시켜 시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이에 추여사는 미경에게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인생 망치고 싶어”라고 쏘아붙이자 미경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어머니. 전 요즘 마음속에 미친년이 하나 살고 있다. 갑자기 툭툭 튀어 나오는 게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추여사가 “늙으면 남자, 여자 다 똑같다”고 미경은 “전 아직 늙지 않았고 늙어서 일은 늙어서 생각하겠다”고 말해 추여사를 당황스럽게 했다.
미경의 돌발행동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경은 자꾸만 떠오르는 불륜녀 은진(한혜진 분)의 모습에 몸서리치다가 결국 은진에게 전화해 “안보이면 미칠 것 같다. 다시 안보겠다고 한 거 취소다. 내가 부르면 나와라. 내 눈 앞에서 사라지지 말아라”라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말들을 쏟아냈다.
또한 미경은 잠든 재학에게 살인충동을 느끼고 베개로 얼굴을 틀어막으려고 했다가 멈추더니 재학을 깨워 “내가 못 자는데 당신은 잠이 와? 참았다가도 확 치밀어 올라”라고 분노하며 재학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다른 방으로 가서 눈물을 흘렸다. 미경은 뒤따라 들어온 재학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한탄했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했다. “돌 것 같아. 돌면 안되는데 돌 것 같다”라고. 크나큰 배신감과 상실감에 휩싸인 미경은 미치고 싶지 않지만 자신을 미치게 만드는 두 사람과 상황 앞에서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래서 “당신도 나만큼 고통스러웠으면 좋겠어”라는 말이 더욱 시청자들의 가슴에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은진과 재학 때문에 미치기 일보 직전인 미경. 그의 불안한 심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줄 사람이 없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kangsj@osen.co.kr
SBS ‘따뜻한 말 한마디’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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