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을까.
올해부터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외국인 타자들에게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선수 쿼터 확대에 따라 각 구단들은 외국인 타자를 1명씩 보유하게 됐다. 각 팀들마다 팀컬러에 맞춰 거포 및 호타준족 스타일로 영입한 가운데 그들의 적응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 타자는 투수에 비해 새로운 리그 적응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한 외국인 담당자는 "타자 영입에는 부담이 있다. 투수들에 비해 타자들은 적응 시간이 더욱 오래 걸린다. 실력 뿐만 아니라 인성과 적응력도 살펴봐야 한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적응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벤치의 인내심과 믿음으로 꼽힌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외국인 타자들의 경우 4~5월 적응 기간 동안 확실하게 믿음을 줘야 한다. 시즌 초반 부진할 때 뒤에서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위축된다"고 했다. 매일 경기에 나서는 외국인 타자들은 부담이 더 크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타자들이 많이 온 만큼 그들을 향한 기대치도 매우 높다. 시즌 초반 새로운 스트라이크존과 한국 투수들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더딜수록 실망도 커질 수 있다. 그럴수록 벤치에서 얼마나 믿음을 주고, 기다릴 수 있느냐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야구 사상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히는 타이론 우즈가 대표적인 케이스. 그는 1998년 외국인선수 제도 도입 첫 해 OB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에 데뷔했으나 4월 한 달간 홈런 4개에 2할대 초반의 저조한 타율로 고전했다. 좌우폭이 넓은 한국의 스트라이크존과 잠수함 계열의 투수들 그리고 유인구 위주의 승부에 적응하지 못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당시 김인식 OB 감독은 우즈를 3번 타순에 계속 고정시키며 라인업에서 빼지 않았다. 우즈는 5월부터 홈런 6개를 때리며 서서히 적응하더니 타율 3할5리 42홈런 103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홈런 신기록과 함께 MVP까지 거머쥐었다. 시즌 초반 적응기 동안 벤치의 믿음이 선수를 일깨운 사례로 손꼽힌다.
이외 1999년 삼성 찰스 스미스도 4월까지 홈런 1개로 1할대 타율에 허덕였지만 5월말부터 적응을 마쳤고, 시즌을 마쳤을 때 성적은 타율 2할8푼7리 40홈런 98타점이었다. 2002년 SK에서 활약한 호세 페르난데스도 개막 후 28타수 연속 무안타에 그치며 5월말까지 1할대에 머물렀지만 6월부터 폭발, 타율 2할8푼1리 45홈런 107타점으로 시즌을 마치고 일본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보다 시즌 초반 적응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중도퇴출된 타자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들 중에서는 믿음에도 보답하지 못한 케이스도 있었지만 벤치의 조급증도 무시할수 없는 요소였다. 시즌 초반 성적을 중요시하는 감독들이 외국인 타자들을 얼마나 믿고 기다려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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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캇-테임즈. SK-N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