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막판 최정(27, SK)의 얼굴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또 뭔가의 고민이 생긴 듯한 분위기였다. 그렇다면 생애 최고 성적을 낸 선수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체력이었다. 당시 SK의 한 코치는 “최정이 체력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한 때 최정의 별명은 ‘소년장사’였다. 선천적으로 체격과 힘은 타고 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져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3루수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런 최정이 ‘힘’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남들이 들으면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겠지만 최정의 심정은 절박했다. 그간 느끼지 못했던 하나의 장애물과 마주한 기분이었다.
실제 최정의 전반기 성적은 타율 3할3푼5리, 18홈런, 54타점이었다. ‘타이틀’에 대한 욕심을 내기에 충분한 맹활약이었다. 그러나 후반기 성적은 2할9푼1리, 10홈런, 29타점으로 다소 내려왔다. 체력과 연관이 있었다는 것이 최정의 진단이다. 최정은 지난해 막판을 되돌아보면서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지난해에 많이 느꼈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다. 힘이 기술을 이기지 못하나 싶더라”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힘이 떨어지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몸이 따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최정은 “힘이 떨어지면 안 되더라. 초·중반에 비하면 순발력도 떨어지고 결과도 나오지 않더라”라고 돌아봤다. 때문에 올해는 체력적인 부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지구력 훈련과 폐활량 증가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과정이다. 한 단계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깨달음이라고 할 만하다.
최정은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다. 그런데 최정은 최근 4년간 연 평균 121.5경기에 뛰었다. 체력 부담이 극심했다. 그래서 체력 증강은 물론 이제는 자신이 가진 힘을 고르게 나눠 쓰는 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졌다. 최정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물론 많이 하겠지만 힘이 빠져서 몸이 안 따라주는 단계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전지훈련 때나 경기 전 워밍업 때나 힘을 조금씩 아껴뒀다 경기 때 쏟아붓겠다”라는 구상을 드러냈다. 베테랑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최정의 2014년 목표는 소박하다. 최정은 “타이틀 욕심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내 한계를 뛰어넘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은 지난해 3할1푼6리의 고타율을 유지하면서도 생애 최다 홈런(28홈런)과 최다 도루(24도루)를 기록했다. 2012년(84타점)에 비해 경기수가 10경기나 줄었음에도 타점은 83타점에 이르렀다. 말 그대로 개인 최고의 시즌이었다. 최정이 이 기록을 뛰어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 중심에는 ‘파워업’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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