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의 효신 선배 강하늘은 양면성을 지닌 남자다. 그는 독립영화 감상과 독서가 취미인 동시에 2달에 한 번은 꼭 클럽을 찾는다. 그리고 그는 가수 못지않게 노래를 잘 하지만 춤에는 자신이 없다. 그야말로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남자다.
또한 강하늘과 이야기를 나눈 지 십여분 만에 드는 생각은 ‘참 열심히 사는 배우’라는 것이었다. 그는 브라운관에서 꽤 얼굴을 알린 지금에도 연극 무대를 사랑하고 연극 무대 위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또한 다이어트를 위해 무에타이에 열중한다. 쉬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켜 나가는 배우가 강하늘이었다.
“무에타이를 즐겨 해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찌뿌둥하거든요. 헬스를 3년 정도 하다가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 같기에 바꿨어요. 어렸을 때 뚱뚱했던 기억이 있어서 0.1kg에도 민감해요. 계속 관리를 해줘야 하는 체질이기도 하고요. 운동을 쉬는 날 좀 많이 먹었다 하면 2kg이 쪄 있는 거 있죠.”

다이어트 이야기로도 여기자와 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강하늘은 친숙했다. 그러나 연기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눈빛은 달라졌다.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강하늘의 얼굴은 그 어떤 중견배우만큼이나 진지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연극배우셨어요. 어릴 때부터 연극만 해왔고, 12작품 정도. 저는 무대를 놓지 않을 거예요. 얼마 전까지도 ‘카인과 아벨’이라는 작품으로 무대에 섰었고요. 무대의 끈을 놓을 생각은 없어요. 제 인생에 마지막 작품이 무엇이 될 거냐 물으시면 당연히 연극을 꼽겠죠. 연극 무대에서 많이 깨지고, 울었고, 배웠어요. 지금 드라마를 할 수 있는 힘도 거기서 나왔어요.”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강하늘은 눈빛을 반짝거렸다. 아직은 드라마보다 연극이 좋단다. 무대를 만들거나 조명 관련 일을 맡아도 즐겁다는 게 연극을 사랑하는 강하늘의 모습이었다.
“연극이 주는 매력은 현장성이죠. 제가 무대 위에서 말을 하다가 감자기 말을 멈추잖아요. 그러면 분위기가 바뀌어요. 가만히 멈춰 섰을 때 그런 분위기들이 느껴질 때 황홀하죠. 그리고 불확실성의 매력이 있어요. 무대에서는 제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객들에게 노출돼 있잖아요. 나를 온전히 신경 써야 하고, 연기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이요.”
그러한 그가 꿈꾸는 것은 기술자가 아닌 장인이다. 아직 20대 중반 어린 나이이지만 연극에 대한 그리고 연기에 대한 생각이 단단히 확립돼 있어 놀라울 따름이었다.
“전 사실 기술자가 아니라 장인이 되고 싶어요. 기술자로 남아 있는 사람은 많지만 장인은 굉장히 적죠. 기술자는 다른 게 필요해요. 자신에게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야하고요. 저는 지금부터 어려운 길로 가려고 노력해요. 제가 무대를 만든다면 조명에 관심이 가요. 학교에서도 제가 조명팀이거든요. 주연이니 조연이니 하는 것들은 중요하지 않아요. 이 작품이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죠.”
강하늘는 유독 자주 교복을 입고 대중 앞에 섰다. SBS ‘아름다운 그대에게’, tvN ‘몬스타’를 비롯해 이번 ‘상속자들’까지. 1990년생 올해 25세가 된 그에게 끊이지 않는 고교생 역할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일이다. 자칫 어린 이미지로만 굳어질 수 있기 때문.
“많은 분들이 고등학생 역할만 맡는다고 걱정하세요. 그런 이미지로 굳어지는 거 아니냐 하시고요. 제 생각엔 어떤 한 이미지로 고정된다는 게 연기자의 역량 문제 같거든요. 교복을 입고 연기를 한다 한들 제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역량이 있는 사람이면 되는 거잖아요. 그 역량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앞서 언급했듯 강하늘은 노래는 잘하지만, 춤은 서툴다. 노래, 춤 모두 서툴다는 게 그의 겸손 혹은 내숭이기도 하지만. ‘몬스타’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 그의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란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노래에 자신이 있지는 않아요. 제가 하는 노래는 공연에서 하는 노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일 뿐이잖아요. 제가 가수요? 그건 가수라는 타이틀에 먹칠하는 일이죠(웃음). 욕심 내 본 적 없어요. 클럽은 가요. 매주 가는 건 아니지만 두 달에 한 번 정도? 신기한 건 클럽을 혼자 간다는 거죠(웃음). 춤을 못 추니 춤을 추러 가는 건 아니고, 잡생각을 떨쳐버리려고 가요. 작품에 들어가면 생각이 많아지는데 시끄러운 곳에 있다보면 잡생각을 버릴 수 있더라고요.”
강하늘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이가 있으니, 바로 배우 황정민이다. 황정민은 영화계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강하늘에게는 스승과도 같은 이다. 강하늘과는 같은 소속사이기도 하다.
“정민 선배가 매일 노래를 시키세요(웃음). 많이 챙겨주기죠. 저는 정민 선배님이 가만히 계셔주시는 게 제일 좋아요(웃음). 억울함 아닌 억울함이 있는게, 제가 지금껏 작품에 들어갈 때 ‘황정민 선배의 힘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적이 많았어요. 저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선배님은 아무런 터치도 없이 그저 봐주시기만 해요. 사자가 새끼를 키울 때 강하게 방치한다고 하잖아요. 선배님도 그러시는 거죠. 만약 제3자의 힘이 가해진다면 제가 안주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정민 선배님의 배려이자 제가 성장할 수 있는 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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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