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믿어지시나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1.07 09: 50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카운트다운’부터 2012년 개봉작 ‘내가 살인범이다’, 그리고 지난해 개봉한 ‘열한시’까지. 우리가 봐왔던 배우 정재영의 행보는 ‘무거웠다’. 흥행 면에서 무겁다는 뜻은 아니다.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태건호가 그랬고 15년 동안 잡지 못한 범인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는 형사 최형구가 그랬으며 천재적인 지성을 지녔지만 결국엔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연구원 우석도 그랬다. 그가 연기한 인물들은 모두 ‘묵직한’ 인생을 사는 인물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정재영’하면 ‘카리스마’, ‘중후함’ 등의 단어들이 연상되는 건 어느 순간 당연한 일이 됐다.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날카로운 눈빛과 카리스마 넘치는 인상도 이런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한 몫 톡톡히 했다. 또 그래서였을까. 정재영의 입에서 SBS 예능프로그램 ‘짝’을 즐겨본다는 말이 나온 순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던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카리스마 넘치고 무뚝뚝할 것만 같던 정재영은 사실 ‘짝’을 즐겨보고 사랑에 관해 깊은 신념을 지닌 이 시대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였다. 새로 주연을 맡은 영화 ‘플랜맨’에서 그가 분한 한정석 캐릭터가 사랑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듯, 실제 정재영 역시 사랑 때문에 행동하는 ‘로맨티스트’였다. 의외의 매력에 놀라워하자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네, 저 로맨티스트입니다”라고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정재영의 ‘능글맞은’ 매력은 덤.

 
“결혼하기 전, 저는 일과 사랑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사랑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스타일 중에 한 명이었어요. 일도 사랑을 해야 할 수 있는 것이고 사랑도 사랑을 해야 가능한 거니까요. 모든 것의 근본 자체가 사랑이 먼저인 거죠. 사랑이 없으면 재미없고 일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다면 그건 사랑을 덜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현실상황에서 극단적인 상황은 없겠지만 전 사랑이 먼저에요. 하하. 네, 저 로맨티스트 입니다(웃음). 사랑은 받는 것 보다 상대방에게 내 사랑을 줄 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정재영의 의외의 매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묵직할 것만 같았던 그는 의외로 ‘코미디 전문배우’의 타이틀을 내심 노리고 있었고 그가 강력 추천한 영화는 아담 샌들러-드류 배리모어 주연 ‘첫 키스만 50번째’였다. 마침 이번 작품도 웃음 가득한 코미디. 연극 활동 시절, 코미디를 많이 했다는 그는 오랜만에 코미디를 하고 싶었단다. 감이 떨어졌나 확인을 해보고 싶단 마음도 있었다고. 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 나이 들면 로맨틱 코미디는 못한다고 씁쓸하게 웃어 보인 그였다.
“연극할 때 코미디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아는 여자’도 그렇고 장진 감독하고 작업을 할 땐 코미디를 많이 했었죠. 그런데 한동안 너무 안 하니까 하고 싶더라고요. 내 감이 떨어졌나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고. 그리고 저 이제 이런 장르 또 못 할 수도 있어요. 나이의 영향을 크게 받잖아요.  젊을 때 할 수 있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니까(웃음). 그런데 제가 연극 때 코미디를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웃음에 대한 눈이 높아서 보면 시나리오를 봐도 잘 안 웃어요. 대놓고 코미디를 하는 건 별로. 블랙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죠. 그런 점에서 ‘플랜맨’이 딱 맞더라고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정재영의 선택을 받은 ‘플랜맨’은 1분 1초까지 계획하는 플랜맨, 한정석이 사랑 때문에 처음으로 무계획적인 삶을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그가 ‘플랜맨’에 대해 설명했듯 이번 영화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특히 한정석 캐릭터가 주는 드라마가 강한 편. 어찌 보면 자칫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캐릭터에 대해 정재영은 어떻게 하면 ‘한정석’을 ‘호감’으로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보면 ‘프리티우먼’이라던지 ‘노팅힐’ 등의 휴그랜트 같은 남자 주인공이 멋있잖아요. 상당히 호감 가는 캐릭터죠. 그런데 우리 영화에선 남자 주인공이 비호감이라는 약점이 있어요. 그런데 보다 보면 호감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해야 하니까 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순진함, 순수함, 모성애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 했죠. 그리고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니까 처음엔 웃으면서 시작하지만 점차 힐링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trio88@osen.co.kr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