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러움이 묻어나는 엄태웅이 반갑다. 전작 ‘칼의 꽃’에서 한껏 카리스마를 풍기며 칼을 휘둘렀던 모습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쿨하면서 센스 있는 태도에 장난스러운 표정까지 지어 시청자들의 미소를 절로 자아내게 한다.
엄태웅은 극 중 세계적인 영화감독 오경수 역을 맡았다. 오경수는 까칠한 성격에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난 오경수는 국내에서는 천만관객을 동원한데 이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압도적인 실력파다.
지난 7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사수, 극본 박민정, 연출 김윤철) 2회분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엄태웅이 극에 쫀쫀함을 더했다. 1회분에서는 잠깐 모습을 드러내 어떤 성격인지 파악할 수 없었지만 2회분에서 장난기 가득하면서도 센스 있는 남자지만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는 경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간 무게감 있는 캐릭터와는 다른 신선한 연기였다.

이날 방송에서 경수와 함께 영화 작업을 하게 된 정완(유진 분)은 회의가 끝난 후 전날 술을 먹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모르지만 어찌됐건 실수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경수는 “무슨 말이세요. 실례라니요”라고 너스레를 떨다가 “아주 많이. 굉장히 많이 하셨죠”라고 까칠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경수는 “그런데 20년 전엔 엄청 잘 나가셨나 봐요. 술 취해서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던데”라며 “지금이나 20년 전이나 별로 달라질 게 없는 페이스인데”라고 농담했다.
그러나 경수는 짓궂게 놀렸던 정완을 멋있게 구하는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앞서 정완을 성추행했던 영화사 대표가 또 다시 정완에게 집적대는 걸 보고 일부러 영화사 대표 차와 충돌해 센스 있게 정완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영화사 대표에게 “영화나 같이 하자. 중년남자의 속물근성을 그린 작품이다. 작가 데리고 회의하자고 호텔이나 데리고 가서 못된 짓을 하는 남자다. 마침 실제 모델도 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경수는 아직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향한 미움과 상처로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바닷가에서 사진을 찍다 우연히 만난 선미(김유미 분)가 밀물 때문에 못나오고 있자 차가운 바다에 들어가 선미를 안아 나오는 매너 좋은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선미를 안고 나오다 바다에 빠진 경수는 아무렇지 않게 선미에게 모텔에 가서 씻고 갈아입자고 모텔로 데려가더니 선미의 예상과는 달리 방 두 개를 빌려 씻고는 먼저 서울로 올라갔다.
엄태웅은 때로는 어린 아이 같이 장난을 치다가도 위기에 빠진 여자를 구해주며 정완과 선미 두 여자를 들었다 놨다하고 때로는 남모를 상처로 괴로워하는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오경수 를 능구렁이 같이 소화해 ‘우사수’를 더욱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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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