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다시 시작 렛츠 고고씽'. 채태인(32, 삼성)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명이다.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이었던 지난해의 영광을 모두 잊고 초심을 되찾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채태인은 지난해 좌절과 성공을 모두 맛봤다. 2008년 삼성 타선의 세대 교체를 이끌었던 채태인은 지난해 괌 1차 전훈 명단에서 제외됐다.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는 게 류중일 감독의 설명. 그리고 2012년 연봉에서 54.5% 삭감된 5000만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잔류군 선수들과 함께 경산 볼파크에서 독기를 품었던 채태인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전훈 때 지각 합류했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고 했던가. 채태인은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며 2년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타율 3할8푼1리(299타수 114안타) 11홈런 53타점 52득점. 뜻하지 않은 어깨 부상 탓에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채태인이 빠진 삼성 타선은 상상 불가 그 자체.

채태인은 정규 시즌이 끝날 무렵 "내가 이렇게 할 줄 몰랐다. 술술 잘 풀린다. 올해 야구가 정말 재미있다. 끝까지 하겠다"며 "2년간 포스트시즌 때 제대로 못했는데 올해 잘 되지 않겠나. 지금껏 잘 됐으니 잘 되리라 맏는다"고 가을 무대에서의 맹활약을 예고했다. 그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3할4푼5리(29타수 10안타) 2홈런 4타점 5득점으로 팀내 타자 가운데 최고의 타격감을 뽐냈다.
그만큼 올 겨울은 따뜻했다. 채태인은 지난해 연봉보다 320% 인상된 2억1000만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이는 2006년 오승환(32, 한신)이 기록한 연봉 인상률 225%를 훌쩍 뛰어 넘는 구단 역대 최고 연봉 인상률.
채태인은 말했다. "작년처럼만 했으면 좋겠다"고. 그는 예년보다 일찍 괌 1차 캠프에 합류했다. "프리 배팅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던 채태인은 올 시즌 홈런 생산을 늘릴 계획도 내비쳤다.
채태인은 지난해의 활약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며 몬스터 시즌을 맞이할 각오다. 현재 분위기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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